[여성칼럼]우리 아이들에게 왜 이런 일이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우리 아이들에게 왜 이런 일이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3 1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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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텔레비전을 켜거나 SNS를 보면 여학생들이 저지른 폭력 사건들이 자주 나온다. 늘 피해자로만 인식되던 여학생들이 저지른 사건들이라는 데에서 놀라고 피해자가 당한 끔찍한 상처를 보여주는 사진들과 가해자들이 죄책감 없이 대화를 나눈 카톡, 문자들을 보면서 거듭해서 놀라게 된다. 놀람에 비례해서 가해를 한 아이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약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의견, 그래서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나에게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강퍅한 심성을 가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아이들 간의 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무슨 일이든 드러나기가 쉬운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폭력 사건들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폭력의 강도가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분노를 더 참지 못하고, 그 분노를 표출하는 데에 더 서슴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범죄를 저질러서 교육을 받게 된 청소년들과 상담작업을 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처음 그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아이들이 가진 독특한 이름들에서 그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의 그 부모의 기대와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기대와 사랑을 이름에 담고 있는 아이들이 왜 이 자리에 와 있을까? 안타깝고 궁금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해 TV에 나온 전문가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미디어 탓이라거나 법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른(성인)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든, 아이든 심각한 폭력범죄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와 함께 우리 어른들의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소식은 계속 들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을 보여주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적반하장으로 다른 사람, 다른 정파의 탓을 하는 어른들이 수두룩한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자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가? 뻔하게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서슴없이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는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세력들, 80년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도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강변하는 전직 대통령,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서슴없이 갑질을 하는 대기업 사장들, 억지주장과 말 바꾸기 행태들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인들, 돈으로 범죄를 은폐하고 그 범죄를 통해 더 많은 돈을 쌓아가는 비리범죄자들....

TV를 통해 반복해서 보게 되는 이런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은 이들을 보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돈과 권력이고, 돈과 권력만 가지고 있으면 잘못을 해도 무마할 수 있고 타인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는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건 내 감정만 분출하면 되고 내 감정분출로 인해 타인이야 죽든 살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는 않을까?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특히 TV에 자주 등장하는 저 잘난 어른들이 상식을 되찾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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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19 13:41:48
기사의 한부분 입니다. 소년범의 경우 피해자 의견이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더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
소년재판은 형사재판과 달리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조차 참석하지 못한다. 방청을 하려면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피해자 측은 항고권이 없다. 싸우다 사망한 학생의 가해자에게 장기 소년원 송치(2년) 판결을 받은 것에 피해자 아버지는 불복. 법적으로 소년재판은 항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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