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기
이홍식(수필가)
발목잡기
이홍식(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8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홍식

요즘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자기는 잘 가고 있는데 상대가 발목 잡는다는 소리다. 가만히 살펴보면 발목을 잡는 쪽이나 붙들리는 쪽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반듯한 모습으로 옳은 길을 가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발목 잡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잡힌 쪽은 항상 자기가 억울하다고 한다. 쉽게 표현하면 우리나라 여당과 야당의 모습이 그렇다. 진정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상대방의 고통이 거짓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보듯, 무슨 이유로 발목을 잡힌 것인지는 발목을 잡아본 사람만이 아는 것 아닌가. 품격 있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차피 잡힌 발목이라면 신사다운 모습으로 발목 쥔 손에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모자란다.

자신이 가는 길에 누군가가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다면 무척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길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무조건 싫어하거나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당하게 맞서 그 발목을 빼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붙잡힌 발목을 어떻게 빼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역량이 드러나는 법이다. 거칠게 빼려다 폭력을 쓸 수도 있고, 사정사정해서 푸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면 붙들린 채 끌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 국민은 상대를 부드럽게 설득시켜 발을 빼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정치인의 그런 모습을 통해 이 나라의 미래를 가늠한다면 밝은 미래는 결코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지금 여야의 모습이 바로 그 모습이다. 내가 자주 들먹이는 말이지만,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아픔과 바뀐 거라면 그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항상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것 안에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말이다. 처지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려면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 한 번쯤은 상대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것 하나만 실천할 수 있어도 나라의 모습이 확 바뀔 것이다. 사람도 자신의 이전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면 자기가 무엇을 이루었다 해도 남에게 옳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렇다.

 

이홍식(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