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화로 되살아나는 공간 [2]
[기획]문화로 되살아나는 공간 [2]
  • 박현영
  • 승인 2017.09.17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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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양곡창고, 문화로 불어넣은 새 숨
글 싣는 순서
(1)오래된 것의 가치, 문화를 이끌다

(2)양곡창고, 辛(HOT)문화를 담다

(3)‘문화공장’으로 재탄생한 폐공장

(4)문화와 일상이 만나는 도시, 낭트

(5)경남의 新문화 옛 삶의 터전에서


1960~70년대 마을단위 쌀·보리를 보관하던 양곡창고는 제 기능을 잃고 흉물로 방치되거나 도로 확장 공사 등 다양한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래의 것을 활용·보존하는 것이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지역의 양곡창고를 비롯한 폐건물을 업 사이클링(부가가치를 높인 재활용)하는 일이 두드러진다.

경남 남해의 ‘돌창고’와 전남 담양 ‘담빛예술창고’는 각각 민간과 공공에 의해 대상 지역의 환경과 개성을 감안해 문화예술을 접목했다.

세월의 변화로 본래의 기능은 잃었지만 문화재생을 통해 ’문화서비스산업’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별 볼품없는 것을 활용해 문화를 담아내는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변모한 사례들이다.


 
폐 양곡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시문돌창고의 철문 뒤로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아래 청년예술가의 작품이 전시 준비를 위해 벽에 걸터 세워져 있다. 박현영기자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

남해 창선대교를 지나 시문 사거리 방면으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색다른 젊음의 공간을 만날수 있다. 60년대 마을주민들이 쌀과 비료를 보관하던 양곡창고였는데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돌창고’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한 달 평균 약 2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트렌디(앞서 가는)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돌창고는 70년대 남해대교가 준공되기도 전 월남 파병이 한창일 때 원주민들이 거친 청돌(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것이다. 낡고 볼품없는 건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여름날 청년예술가의 전시를 한창 준비중이던 최승용(왼쪽·33)·김영호(44) 기획자가 남해 시문돌창고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현영기자


당시 김영호·최승용기획자는 대지면적 약 226㎡(68.3평)에 독특한 외관을 가진 시문창고에 반해 창고를 매입했다. 기존창고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해서 리뉴얼했다. 내부 전시 공간에는 남해 이야기를 담은 청년예술가의 그림이 전시중이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독특한 외관과는 달리 샹들리에가 화려함을 연출한다. 그 아래 탁구대와 녹슨 철문이 있고 곡식현황판이 있다.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 묘한 느낌마저 드는 공간이다.

시문창고 맞은편 애매하우스 1층에는 직접 만든 빵과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든 음료, 커피 등을 판매한다. 2층은 청년예술가들이 머무르며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남해에 머무르며 느낀 남해 이야기를 이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낡은 건물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흥미롭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따른다.

최승용 씨는 “창고를 전시실로 바꾸려면 건축법 등 제약으로 신축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있는데 여러가지 조건과 제약을 따르다보면 원래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며 ‘폐건물에 대한 용도 변경 시 법 개정 등 제도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더 조형물이 반기는 담양 담빛예술창고. 박현영기자


◇담양 '담빛예술창고'

한적한 담양 관방제림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 아래 자리한 붉은 벽돌 건물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남송창고로 불리던 창고가 ‘담빛예술창고’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1970년대 지어진 ‘ㄱ’자형의 조적식(벽돌을 쌓아올리는 방식) 건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거쳐 4532㎡(1370평)의 대지에 문화복합전시관, 체험실, 문예카페로 변모했다.

‘담빛예술창고’는 과거 개인소유의 정부미(米)보관창고였다. 2004년 정부 추곡수매제도 폐지 후 흉물로 방치돼 철거 위기까지 갔다.

담빛예술창고로 거듭난 것은 10년 뒤 ‘문화·집회 시설’로 변경되면서 부터다. 주민들도 꺼리던 건물은 12억원의(국비 6억, 군비 6억) 사업비로 큰틀을 훼손하지 않고 단정하게 리모델링했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전시관에서 청년작가전시공모에(2017년 담빛예술창고 청년작가전시공모선정 The art of the times)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가 한창이다. 박현영기자


한 달에 약 1만5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청년작가전시공모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실은 영상부터 그림까지 다양하다.

담양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청년예술가 발굴 지원사업을 앞으로도 펼칠 예정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인구유입 방안도 모색중이다.

체험실과 문예카페도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카페에서 파는 음료 등을 마시며 벽에 걸린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관방제림으로 난 창문으로 주변 경치도 즐긴다. 문예카페 한편에 놓인 국내 유일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은 소음에 지친 여행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문예카페에 방문한 방문객들이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박현영기자


공공주도형 사업은 초기 예산 소비 후 경제적 자립이 수반돼야 한다. 담빛예술창고는 국비와 군비 매칭으로 초기기반을 다진 후 지금까지 탄탄한 경영으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김남용 큐레이터는 “지원예산을 소진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해 다시 폐건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며 “담빛예술창고는 카페나 작품판매 수익을 통해 자립기반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남해 돌창고>

청년예술가의 작품들이 애매하우스 1층 카페겸 문화공간에서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돌창고프로젝트
애매하우스 2층 작가 레시던시 공간/사진제공=돌창고프로젝트
청년 예술가의 전시 준비가 한창인 시문돌창고에 들른 방문객들이 창고 내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남해 시문돌창고 내부모습/사진제공=돌창고프로젝트
청년예술가의 작품 4점이 시문돌창고에서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시문돌창고 철문 뒷면에 붙은 마을곡식현황판.
남해 시문돌창고 옆 애매하우스 1층 티켓박스
남해 시문돌창고 옆 애매하우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커플.

 


<담양 담빛예술창고>

김남용 담양 담빛예술창고 큐레이터
담양 담빛예술창고 문예카페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있는 탐방객들.
담양 담빛예술창고 전시관에서 청년작가전시공모에(2017년 담빛예술창고 청년작가전시공모선정 The art of the times)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가 한창이다. 박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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