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 쉬운 일 아니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경일시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 쉬운 일 아니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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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액 출자한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와 공영의 틀을 유지하는 MBC가 동시에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이 두 지상파 공영방송 사장의 퇴진이 타깃이다. MBC사장에게는 얼마 전에 체포영장까지 발부되기도 했다. 이전 정권하에서 임명된 그들의 여러 행보가 새 권력과 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원인(遠因)으로 작용되어 있다. 이를 기화로 정권의 방송장악 의지 여부를 두고 여야 간의 정쟁이 점증되고 있다. 애초부터 방송의 정치적 중립이 불가능한 시스템에서 그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탓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을 대변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전제로 좀 더 노골적으로 배경을 살핀다.

관련 법률을 따져보자. KBS사장은 그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법률상 주식회사로 운영형태가 상업방송으로 분류되는 MBC는 사장이 그 과점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뽑힌다. KBS 이사회의 구성은 11명으로 하여 전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추천하고, 역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9명 모두를 방통위에서 임명한다. 양 지상파방송 사장 임면의 칼자루는 방통위 손에 들려있다. 무소불위적 권한을 쥔 방통위의 법적 성격은 정부조직법상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대통령직속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5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추천 1명, 야당인 국회교섭단체에서 추천받는다.

여기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실제(實際)가 명징화 된다. 대통령이 2명, 국회가 3명을 추천함으로써 행정부와 입법부가 균형과 견제를 장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즉, 권력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위가 행정부수반 혹은 국가원수의 의미보다는 여당의 실질적 리더라는 현실적 위상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추천 2명과 1명의 여당추천은 곧 ‘정권’의 3명이 되고, 나머지 야당 몫 2명이 되어 여·야 혹은 정권과 야당이 각각 3대 2의 구성으로 명문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권이든 구성비율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말로 귀결된다. KBS와 MBC의 사장 임명과 그 행보가 친 정권 내지는 친 여당에 기울 수밖에 없는 법률적 시스템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 운영이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 합의를 전제하지만 3대 2라는 여당 혹은 정권 추천 몫의 다수는 사장 등 공영방송 방송사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정설이다. 정권과 척을 두어서는 사장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부정하기 힘들다. 시스템을 두고 사람을 탓하기는 이치가 일치하지 않는다. 지금의 법률과 제도 하에서는 정치적 중립이 어렵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에 엄격히 명분화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최종적 임면권 혹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위시한 정권, 지방정부의 권력을 받들기 십상이다. 더구나 반기를 든다는 것은 진정코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과 정권을 직접적으로 상대할 위치에 있지 않은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그럴 것이다. 공영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혁신할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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