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김인식 부사장 숨진채 발견
KAI 김인식 부사장 숨진채 발견
  • 문병기·이웅재기자
  • 승인 2017.09.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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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려 했는데 안타깝다” 유서 남겨
 21일 김인식(65)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경남 사천시 소재 아파트 입구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검찰로부터 방산·경영 비리 의혹 전반에 걸쳐 대규모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김인식(65) KAI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 부사장은 21일 오전 8시 42분께 사천시 사남면 소재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직원은 이날 김 부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숙소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는 김 부사장이 혼자서 거주하던 숙소였으며, 가족은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지난 17일 이라크로 출국했다가 20일 귀국했는데, 귀국 후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FA-50 경공격기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해외출장에 나섰지만, 목적을 이루진 못했다.

현장에선 A4 용지에 자필로 쓴 유서가 3장 발견됐다. 유서 한 장은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긴급체포된 하성용 전 사장과 직원들에게 남겼다. 김 부사장은 유서를 통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회사 직원 분들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나머지 두 장은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이 돌연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KAI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항공MRO 사업 등이 물거품으로 전락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김 부사장의 사망이 가속도를 붙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KAI는 검찰 수사로 비리기업 꼬리표가 붙으면서 해외 수주가 스톱상태에 빠졌고, 자금 융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 납품 비리가 불거지면서 제작 중단에 들어가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KAI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해외총괄 담당자다. 갑작스런 소식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상황 파악 중”이라며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하성용 전 사장과 경북고등학교 동기동창인 김 부사장이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들어 이라크 수출 대금 미납 문제를 두고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20일 KAI가 분식회계, 채용 비리, 원가 부풀리기를 통해 개발비를 편취해왔다는 의혹에 따라 하성용 전 사장을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하 전 사장 재직 시절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라크 공군기지 재건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에서 수 천억원 규모의 회계 분식이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고등훈련기 사업처장, 해외사업본부장 등 KAI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해온 김 부사장도 검찰수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지역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다.

경찰은 김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병기·이웅재기자

 

◇김인식 부사장은

김인식 KAI 부사장은 공군 준장 출신으로 KAI에서 수출사업을 총괄했다. 1952년생인 그는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제8전투비행단 통제기조종사, 합참의장 보좌관, 국방부 KFP사업단 주미사업실장을 지냈다. 준장으로 전역해 2006년 KAI에서 아랍에미리트주재사무소장을 지냈다.

이후 고등훈련기 사업처장, 항공사업단장, 수출사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등 KAI의 수출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라크 FA-50 경공격기 등의 수출을 성사한 인물로 전해졌다. 최근 KAI에서 불거진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방산 비리 전반을 향하고 있는 만큼 수출 업무 책임자로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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