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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시대착오적 낡은 파견법 바꿔야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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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4  15: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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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오성대감이라 알려진 이항복의 설화가 있다. 오성대감이 어릴 적, 담을 넘어간 자기 집 감을 이웃집 권대감이 담을 넘어왔으니 제 것이라며 따먹자 꾀를 내어 문창호지에 주먹을 들이밀면서 “이건 누구 주먹이요?”라는 물음을 던져 권대감이 주장하던 감의 소유권을 되찾아온 지혜로운 이야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전국 3400개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 기사 등 5378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들이 실제로는 파리바게뜨 본사의 업무 지시·감독을 받는 ‘실질적인 사용 관계’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불법 파견이라 규정지은 것이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가맹점 제빵 기사는 가맹점에서 일하면서 가맹점주의 영업에 기여하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라 주장한다. 정부의 지시대로 하면 직원이 2배 가까이 늘어나 연간 인건비가 600억 원 정도 증가 한다. 정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500억 원이 넘는 과태료까지 물어야 한다. 이는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일자리 상황판’에 올릴 당장의 실적에 급급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오성대감의 감나무 소유권 주장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근로자파견제도가 낳은 문제점 중 하나이다. IMF 외환위기 때 IMF의 강요에 의하여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근로자파견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불법 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파견법은 청소·경비 등 32개 업종, 197개 직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을 허용하고 파견 기간도 최대 2년으로 제한하는 ‘포지티브(positive)’방식이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금지 업종만 열거한 뒤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파견규제가 적을수록 고용률이 높다는 것이다. OECD에서 조사한 ‘파견규제 종합지수’는 세계 43개국 중 한국은 4.33으로 세 번째로 높고 고용률은 61.1%로 하위 그룹에 속한다. 반면 고용률이 82.2%로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는 파견규제 종합지수가 1.83에 불과하다. 고용률이 각각 79.8%, 74.9%에 달하는 스위스와 스웨덴도 파견규제 지수가 1.50, 1.58에 지나지 않는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에서 파견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0.4%포인트의 일자리가 순증(純增)이 되어, 9만 6000∼12만 명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추정한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고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파견규제를 줄여 노동시장을 유연화 해야 한다.

소모적인 불법 파견 논란을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고용률을 제고시키려면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는, 10년째 국회에서 묶여 있는 파견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을 외주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우리나라의 노동시장도 유연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규직만으로는 산업경쟁력 제고와 고용 창출엔 한계가 있다. 프랜차이즈업체 가맹본부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면보다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하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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