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가 인연인가?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우연인가 인연인가?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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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일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속에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인간사 칠정(七情)이 뒤섞여 있다. 때로는 불교에서 말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는 말에 너무 집착해서 안 해도 될 문제에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옷깃만 스친 것은 우연에 불과하다. 필연이라면 반드시 돌아온다’라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우연인 듯 한 일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있고 인연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실망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인 1989년 말에 처음 중국을 갔다. 해외여행도 처음이고 비행기도 그때 처음 탔다. 그 후 간간히 중국 여행을 다니다 2002년 한 선배의 부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던 중국이 발목을 잡아 5년간 거주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배운 중국어는 남았지만 낯선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영원히 잊지 못할 듯 함께했던 그 많은 사람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이 모든 것들은 우연인가, 인연인가, 아니면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었을까?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인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혈연과 지연이 그러하다. 30년간 객지를 떠돌며 늘 입버릇처럼 나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무슨 대단한 애향심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인연인 것이다. 부모님이 계신 곳, 마음이 편안한 곳, 고향은 늘 그런 곳이다. 돌아갈 고향이 있기에 마음이 든든했었고 지금은 돌아온 고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가을바람이 소슬히 부는 이맘때면 이 지연 때문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가만히 남몰래 망향가(望鄕歌)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1300년 전 당나라 시인 이태백도 26세에 가을밤 양주객사에서 정야사(靜夜思)를 노래했다.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평상 앞에 밝은 달이 비쳐, 땅에 내린 서리인가 하였네/고개 들어 산 위 달을 보고,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 하네/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어디에서건 가을의 넉넉함을 즐기며 자족하면 그만이다. 올해는 유난히 긴 연휴로 고향보다는 해외로, 관광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꼭 고향을 찾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자발적 망향은 아니길 바라며, 그곳에서도 밝은 달을 보며 잠시나마 고향을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연은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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