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새로 태어나는 피
이성태(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농업이야기] 새로 태어나는 피
이성태(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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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피는 벼과의 한 해살이 풀로 원산지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한국을 비롯하여 인도, 중국, 한국, 일본, 유럽, 북미 등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피가 주로 재배되었던 지역은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등 벼를 재배하기에는 한랭한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었다.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는 속담도 있듯이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끼니를 잇기가 어려웠다. 전쟁 후 땅은 초토화 되었고 비축해 둔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일이 많이 발생하였다. 피는 염분이 높은 토양, 척박한 토양, 가뭄과 과습 등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랐기에 이때 피를 구황작물로서 이용하였다. 실제로 피는 조선시대 까지만 하더라도 오곡(五穀)의 하나였고 재배면적도 10만ha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남 구례의 ‘피아골’이란 지명도 피를 많이 재배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으나 1960년대 이후 식량 자급으로 사라진 작물이다.

이러한 피가 최근에 식용과 가축의 사료를 위한 새로운 가치로 거듭나고 있다. 먼저 식용으로서 이용인데 벼와 마찬가지로 피의 주성분은 당질이지만 단백질과 지질의 함량이 쌀보다 높다. 잡곡 중 모양새가 좁쌀과 비슷한 피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아 맛이 구수하고 무기 영양소인 칼륨과 칼슘의 함량이 다른 화본과 작물보다 많다. 또 피에는 항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 성분 중 루테올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보라직’ 이라는 식용피 품종도 개발하였는데 키가 작으면서 곡실 수량도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피의 또 다른 이용은 가축 사료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조사료 자급률은 82% 정도이고 나머지는 외국으로부터 조사료를 수입하고 있는데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논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을 피는 가지고 있다. 피는 옥수수, 수수 등 다른 사료작물과 달리 과습한 논에서도 잘 자라고 강한햇볕에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3개월 만에 수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중(말렸을 때 무게)도 10a 당 2t 이상으로 수량성이 좋다. 특히 가축의 사료가치 평가 항목인 총가소화영양분 함량도 60% 이상으로 높아 좋은 사료작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논에서 피는 제초제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뽑아서 없애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좋은 점을 찾아 품종을 개량하니 식용으로 사용되어지고, 한편으로는 가축이 좋아하는 사료작물로 새로운 가치를 발하여 인간으로부터 사랑받는 식물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성태(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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