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이홍식(수필가)
고인 물은 썩는다
이홍식(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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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반드시 썩게 되어있다. 우리가 아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물처럼 살줄 아는 사람이 가장 귀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물은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고여 있다가는 뒷물을 만나면 다시 흘러간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어떤 곳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면 뒷사람을 기다렸다가 그가 왔을 때 선뜻 있던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바로 그게 품격 있는 신사의 모습 아닌가. 신사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가 있다. 나는 여태껏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랫동안 고여 있었기 때문에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날 여러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하나같이 웅덩이 물처럼 고여 있다가 썩어 악취를 풍겼다. 뒷물이 흘러와도 그곳이 영원히 자기자리인양 흘러갈 줄 몰랐다. 뒷물은 하는 수 없이 비껴가거나 그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 물은 썩을 수밖에. 이 같은 세상 원리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눈뜨면 맞닥뜨리는 많은 일이 그렇다. 먹는 음식도 바깥으로 내 보내지 못하면 몸에 탈이 나는 법이다. 흘러야 할 때 흐르는 일과 멈춰야 할 때 멈추는 일을 제대로 못하면 반드시 화를 입는다.

같은 이치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대에 맞추지 못하면 고인 물처럼 썩고 만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남에게 뒤떨어지고 만다. 지난날 생각에만 젖어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지난날의 기억으로 받아들인다면 생각하는 힘이 뒤쳐지게 된다. 자기마음과 세상 현실이 서로 짝이 안 맞고 따로 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싫어지고 자기 뜻과 맞지 않는 것에 원망하는 마음만 쌓이게 된다. 그러니 사는 게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울타리에서 벗어나야만 자신의 길을 갈수 있다. 방법은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물처럼 부지런히 흘러 고이지 않으면 된다. 생각이 한곳에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삶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이홍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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