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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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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6  03: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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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0)

동생 있나? 하면서 숙소 앞에서 귀를 기울이다가 여물간 쪽으로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가 있으리라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기척이 없다. 축사의 어느 방향으로 먼저 일거리를 찾아간 것일까.

양지는 불티가 앉은 머릿결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다 주춤 손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된 목소리. 오빠였다. 전에 없던 골난 음성이었다. 발정 난 어떤 수놈이 우리 안을 헤쳐 다니면서 다른 소들을 괴롭히고 있는 거라도 목격한 것일까.

그러나 공터에 따로 매여 있는 ‘장군이’ 옆에 오빠와 귀남의 모습이 보였다. 한 눈으로 화난 선생님 앞에 죄짓다 들킨 악동의 구도가 잡혔다. 면장갑 낀 손으로 장군이의 엉덩이를 낙서 지우듯이 이리저리 쓰다듬는 오빠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노여움이 굳게 드리워져 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귀남은 양지를 보자 일부러 오빠의 그런 동작을 비웃으며 주먹감자를 먹여 보인다.

“오빠 오셨어요?”

양지가 다가가면서 인사를 하자 저 먼저 입을 삐죽해 보인 귀남이가 저쪽 축사 뒤로 몸을 비켜 사라져 버렸다.

“응, 좀 늦었지? 축협에 회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긴소리 짜른소리 어찌 장황하게 시간을 끄는지…….”

오빠는 흘깃 눈인사만 보낸 뒤 안쓰러운 듯 장군이의 엉덩이를 문지르던 손으로 다시 목덜미와 볼을 어루만지면서 토닥거려 주기도 한다. 분명 귀남이와 관계된 어떤 잘못이 읽혀지는 행동이어서 양지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다. 장군이는 축주들의 자존심이 걸린 소싸움 경기에서 몇 번이나 우승을 한 싸움 소였는데 주인이 오빠로 바뀌면서 우수 종묘우로 뽑힌 칡소였다.

“와 무슨 일이 있었십니꺼?”

참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던 오빠가 장군이 옆의 흙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집어 올렸다. “글쎄, 이걸 여기다 던지고 안 있나. 자네 말대로 어린애나 같으면 철없어서 그런다고나 하지.”

오빠가 보여주는 다트 핀을 바라보던 양지는 같이 서 있기조차 민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짐승의 살아있는 피부를 과녁삼이 철 핀을 던졌다니. 특유의 낄낄거림과 끈끈이 근성으로 핀이 꽂히는 순간마다 장군이의 엉덩이가 아픔으로 파르르 떠는 꼴을 즐기면서 말이다. 여자가, 먹을 만큼 나이도 먹은 어른이 말 못하는 짐승을 향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

양지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동네에서 살도록 그냥 둘 걸 동거를 잘못 시작했나 후회스럽기도 했다. 애초부터 귀남이는 싸움소였다는 것 때문에 장군이의 존재를 타락한 인격체처럼 경멸했다. 장군이가 싸우는 모습을 아직 한 번 본적도 없지만 싸움소로 활약했다는 했다는 소리를 들은 뒤부터 걸핏하면 흙이나 지푸라기를 끼얹으면서 이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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