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1)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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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1)

“자식이 말이야. 꼴 보기 싫게 미련스럽긴, 저것 봐 쇠파리가 피를 뽑아먹는데도 태연하게 가만히 있어. 처먹기는 또 억수로 잘 처먹어요. 뭘 잘했다고. 한 소쿠리 여물에 팔려서 제 친구를 뿔로 박아서 피 흘리게 만들어놓고. 누구 때문에 왜 그랬는데 반성도 없어. 무식한 놈. 부끄러움도 모르는 놈. 하긴 그러니까 짐승이지. 짐승, 짐승!”

귀남이가 악에 받친 듯이 내뱉던 말들을 떠올리던 양지는 문득 오빠를 바라보았다. 귀남 언니를 어디 정신과 상담을 좀 받게 할까. 하다가 차마 그런 병자로 낙인찍힐까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독즙을 흠수하고 자란 수 십 년 된 나무의 병은 잘 드는 톱이나 도끼 한 자루면 해결 날 테지만 사람인 언니는 평생골치덩어리로 끼고 살아야할 존재인 것이 안타깝고 미웠다. 아울러서 그녀를 그렇게 만든 아버지 어머니도 따져서 되돌릴 수 없으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오빠에게 더 많은 신세를 지기도 미안하지만 그런 정도도 혼자 해결 못하는 자신의 무능이 떼거지로 한심스러워 보이는 것이 싫었다.

어린애가 혼자서 기척 없이 잘 논다 싶으면 어김없이 해찰부리고 있는 중이라더니 귀남이가 그 짝이었다. 양지와 목부 정씨가 바쁘게 동당거리는 것도 내 모른 척 제 할 짓만 하는 평소의 습관대로 그저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니 젖혀두고 있었더니 이런 철부지 아이 같은 짓을 저지르다가 그것도 장군이를 혈육처럼 아끼는 오빠에게 정통으로 들켜서 모두를 불편하고 기막히게 하다니. 양지는 가슴을 쥐어뜯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서 차라리 안보고 살았다면 이런 미움으로 가슴 아리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만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칡소 장군이가 오빠의 목장에서 같이 살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오빠는 소싸움 경기장에서 눈물을 훔치고있는 수의과 학생을 만났다.



저소리, 저 소리가 들리지요? 장군의의 힘을 부추기는 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일등 일등만 하는 소를 만드는 전문가로 이름 난 분이지요. 저를 수의과로 보냈지만 공부를 하는 동안 저는 점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골로 이런 행사가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싸우는 소는 상대 소를 모릅니다. 왜 싸워야하는지 이유도 모릅니다. 다만 저한테 밥을 주고 오랜 시간 등을 쓰다듬어 주는 주인의 익숙한 손길에 이끌려 경기장에 들어가죠. 싸움장에서 소의 눈을 주의깊게 보신적이 있습니까? 상대소와 싸움을 하기 전에 주춤하고 버티면서 그 큰 눈망울에 핏발이 서는 것은 소가 공포를 느끼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싸워야하고 그 장면은 참 애처럽지요. 어떤 소들은 똥 오줌을 싸며 날카롭게 다듬어놓은 뿔로 상대소의 목덜미와 피부를 찌르는데 피부는 찢어지고 누런 털은 흘러내린 피로 벌겋게 물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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