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연재소설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1)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9.27  01:42:4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1)

“자식이 말이야. 꼴 보기 싫게 미련스럽긴, 저것 봐 쇠파리가 피를 뽑아먹는데도 태연하게 가만히 있어. 처먹기는 또 억수로 잘 처먹어요. 뭘 잘했다고. 한 소쿠리 여물에 팔려서 제 친구를 뿔로 박아서 피 흘리게 만들어놓고. 누구 때문에 왜 그랬는데 반성도 없어. 무식한 놈. 부끄러움도 모르는 놈. 하긴 그러니까 짐승이지. 짐승, 짐승!”

귀남이가 악에 받친 듯이 내뱉던 말들을 떠올리던 양지는 문득 오빠를 바라보았다. 귀남 언니를 어디 정신과 상담을 좀 받게 할까. 하다가 차마 그런 병자로 낙인찍힐까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독즙을 흠수하고 자란 수 십 년 된 나무의 병은 잘 드는 톱이나 도끼 한 자루면 해결 날 테지만 사람인 언니는 평생골치덩어리로 끼고 살아야할 존재인 것이 안타깝고 미웠다. 아울러서 그녀를 그렇게 만든 아버지 어머니도 따져서 되돌릴 수 없으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오빠에게 더 많은 신세를 지기도 미안하지만 그런 정도도 혼자 해결 못하는 자신의 무능이 떼거지로 한심스러워 보이는 것이 싫었다.

어린애가 혼자서 기척 없이 잘 논다 싶으면 어김없이 해찰부리고 있는 중이라더니 귀남이가 그 짝이었다. 양지와 목부 정씨가 바쁘게 동당거리는 것도 내 모른 척 제 할 짓만 하는 평소의 습관대로 그저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니 젖혀두고 있었더니 이런 철부지 아이 같은 짓을 저지르다가 그것도 장군이를 혈육처럼 아끼는 오빠에게 정통으로 들켜서 모두를 불편하고 기막히게 하다니. 양지는 가슴을 쥐어뜯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서 차라리 안보고 살았다면 이런 미움으로 가슴 아리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만남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칡소 장군이가 오빠의 목장에서 같이 살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오빠는 소싸움 경기장에서 눈물을 훔치고있는 수의과 학생을 만났다.



저소리, 저 소리가 들리지요? 장군의의 힘을 부추기는 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일등 일등만 하는 소를 만드는 전문가로 이름 난 분이지요. 저를 수의과로 보냈지만 공부를 하는 동안 저는 점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골로 이런 행사가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싸우는 소는 상대 소를 모릅니다. 왜 싸워야하는지 이유도 모릅니다. 다만 저한테 밥을 주고 오랜 시간 등을 쓰다듬어 주는 주인의 익숙한 손길에 이끌려 경기장에 들어가죠. 싸움장에서 소의 눈을 주의깊게 보신적이 있습니까? 상대소와 싸움을 하기 전에 주춤하고 버티면서 그 큰 눈망울에 핏발이 서는 것은 소가 공포를 느끼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싸워야하고 그 장면은 참 애처럽지요. 어떤 소들은 똥 오줌을 싸며 날카롭게 다듬어놓은 뿔로 상대소의 목덜미와 피부를 찌르는데 피부는 찢어지고 누런 털은 흘러내린 피로 벌겋게 물이 듭니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