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명절증후군은 산에서 풀자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명절증후군은 산에서 풀자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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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연휴는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길고 긴 휴일의 연속인 듯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일은 길지만 명절증후군이 뒷덜미를 잡아끄는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듯 명절증후군이란 실제 병은 아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심적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등의 심리적, 정신적 압박감과 명절을 보내면서 찾아오는 피로, 각종 부위의 통증 등을 통칭하는 일종의 문화증후군이다. 예전에는 전을 부치고 음식을 하던 주부들에게서 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입시준비생이나 취업준비생, 결혼적령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런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다. 더구나 모르긴 몰라도 명절이 한껏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경제가 좋지 않고, 안보 등 수많은 문제들이 직간접적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명절증후군을 어떻게 떨쳐내는 것이 좋을까. 필자가 권하는 것은 가까운 산으로 가 보시라는 거다. 적어도 산에 들어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덧 스트레스가 물러가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산꼭대기까지 오르겠다는 생각은 접고 그저 산책하듯 산자락을 둘러둘러 걷다보면 힘들었던 일들도 쉽게 떨쳐낼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숲에서는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교향곡을 우려낸다. 나무와 동물들 하다못해 그곳에서 삶의 터를 잡은 곤충들까지 모두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스트레스는 별반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평화로운데 하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될 것이다.

숲의 치유효과가 어느 정도인가는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만큼 숲과 산림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산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곳이면서도 하루나 이틀 그 이상까지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산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등산효과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 절감효과는 연간 2조8천2백3십3억 원에 이른다. 이런 경제적 수치만을 따지지 않더라도 산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숲, 산은 치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숲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가 사람의 심리적 안정을 이루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숲에 들어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정신도 맑아진다. 아무리 시끄러운 세상에 젖어 있었어도 산에 들면 고요해진다. 혼자 걷고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아도 보이는 나무와 새들 그리고 숲에 피어있는 버섯들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고, 심심하지가 않다. 온통 고요하면서도 이야기가 있다. 숲, 산과 나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금세 숲, 산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그래서 그랬던가. 선인들은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했나보다. 산의 품속에 안겨 깊은 영감을 얻고 활력을 찾으라는 걸 거다.

산에는 온통 살아 숨 쉬는 것들로 활기차다. 새들이 지저귀고 숲 속에서는 꿩이 바스락거리고 바람이 시원스레 뛰논다. 청솔모가 소나무등걸을 타고 쏜살같이 나무 위로 오르고, 맑은 공기가 뺨을 스친다. 느지막이 피어난 가을꽃들도 눈을 호강시켜 준다. 하늘하늘 피어난 구절초, 쑥부쟁이가 가을 색을 자랑하고, 단풍 든 숲은 딴 생각을 못하게 한다. 골짝물이 조잘대고 풀벌레들은 찌르륵거린다. 숲속에서 들리는 이런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챌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자연히 내 몸에서 떠나버린다.

산에 들어 맑은 기운을 얻고 생활에 임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활력이 있다. 산이 준 선물을 온 몸과 정신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산에 가는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명절증후군은 이렇게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굳이 멀리에 있는 명산을 찾지 않아도 된다. 엎드리면 닿을 가까운 작은 산, 나무들이 우거진 근처 공원이라도 좋다. 편하게 그 속에서 소요하는 것이다. 어슬렁거리고 걷는 것이다. 그러기를 몇 시간 하면 자연 스트레스와 명절증후군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데 간 데 없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이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몸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보면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 몸이 건강해야 스트레스도 침범할 수 없다. 의도적이라도 명절증후군을 떨쳐내야겠다 생각하고 가까운 숲, 산에 가 보시라. 기분이 금방 좋아질 것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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