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사람을 자극하는 감성이 있다. 대개는 그런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소 상반된 감정인 우울함과 불행함을 느낀다. 나름 풍요로운 가정에서 부족할 것 없이 산다는 사람도, 유행하는 것·해볼 것·안 해볼 것 다 해보며 자랐다는 친구들도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이들이 내게로 찾아오면 나는 故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 꽃’이라는 작품을 추천하곤 한다.
배우자와 부부싸움을 하거나, 자녀가 말을 듣지 않거나, 친구가 내 험담을 늘어놓더라는 말이 들리는 등 삶의 곳곳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그 아픈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알고 보면 우리들 중에는 많은 일이 벌어지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감당해낼 만한 감정을 관리하는 것에는 서툰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무분별한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연과 문학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져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달라지고 치우침에 따라 자연과 문학이 등한시 돼가는 것일 테다. 이 사실이 상기될 때마다 사람과 사회가 어딘가 많이 아픈 상태라는 것을 실감케 되는데, 어쩌면 이 느낌이 문명과 문화의 근간이 소멸돼가고 있어서 드는 감정은 아닌지 불현듯 겁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 나도 사람들이 자연과 문학을 찾지 않을수록 더 열심히 글을 써야 옳다. 혹시 오늘 괴롭고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권한다.
가을이 왔다. 달이 환하기 좋은, 별이 반짝거리기 좋은 날씨다. 달과 별 뜬 밤에 가벼운 산책을 나오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라. 그 사람이 연인이든, 배우자든, 가족이든 누구든 상관없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길을 걸어보시라. 그리고는 하늘 위로 뜬 달과 별을 찾아보며 숨 쉬시기를 권한다. 문득 ‘오늘 하늘 참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감지하면, 그때 스스로의 마음 한편을 잘 들여다보라. 언제 우울했었냐는 듯이 ‘오늘 내 기분도 참 좋다’라고 말하고 있으리라. 자연의 마음은 곧 생명체들의 마음이니 말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빌려 기원해드린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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