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6)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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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6)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얼마 전에 들었던 오빠의 말을 양지는 상기했다. 귀남의 행패 때문에 양지와 호남이 머리를 쩔쩔 흔들고 있을 때였다.

“자라난 환경 따라 가장 강한 습성을 갖는 게 사람이야. 나 역시 귀남이 동생 같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더 괴상한 성격이 형성되었을지 모르지. 우리는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특성을 이해해 주는 길 밖에 없어. 귀남이 동생이 아무리 가시투성이 기질을 가진 엄나무라 하나 은행나무 같지 않다고 탓할 수는 없다고 봐.

가시나무는 가시나무대로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걸 남들이 기피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일부러 그리 되었겠나. 가시는 배나무 사과나무가 있는 과수원 울타리도 되고 부스럼도 따고 부당한 침입을 막는 경계 구실도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일체일기가 있고 저 나름의 존재가치를 띠고 태어난단다. 세상 이치를 모두 자연 속에서 찾아보면 한결 마음 편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해하기도 쉬울 끼라.”

그렇지만 양지는 태연하고 한가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귀남을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저렇게 멀

쩡하게 있다가 또 언제 독기를 뿜으면서 좌충우돌 피붙이들을 향해 돌진해 올지. 이런 양지의 속마음을 때리듯이 느닷없이 일어난 귀남이 양지의 목을 안고 쓰러졌다. 양지를 조여안고 누운 자리에서 귀남이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너것들을 찾는 순간, 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싶었는데, 그 행복감을 다 까먹고 내가 못된 년이다. 용서해라.”

어느 새 양지도 귀남을 들여다보며 타이르듯이 일렀다.

“언니야, 더도 말고 지금 이대로만 유지해라. 우리는 친 형제 아니가. 언니가 마음의 상처를 다 치유하고 건강해질 때까지 우리 같이 노력하고 동행 할 끼다. 걱정 말고 딱 지금처럼 만, 알았쟤?”

“가스나 지랄하네. 니가 그란 깨 니가 똑 내 언니 같다 아이가.”

언니처럼도 괜찮다. 의사가 어디 나이 어리다고 팔 순 노인을 치료하지 못하던가. 양지는 좀 전에 귀남이 저지른 심술도 잊은 듯 웃으면서 악동을 놀리듯이 볼을 콕 찔러주었다.

“밥 때까지 여기서 놀고 있어. 난 오늘 오빠한테 배울게 있어 먼저 간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귀남이 다시 시작한 노랫가락이 바람을 타고 양지를 따라왔다.

동생인 양지가 애원하는 심정으로 잘 치유시키고 동행할 거라고 다짐을 했건만, 오빠가 남다른 제사를 올리는 이런 뜻깊은 날에 대한 분별도 없이 또 엉뚱한 심보로 소들을 우리 밖으로 내쫓은 것이다.

다행히 소들은 훈련된 군사들처럼 다른 말썽없이 우리로 잘 들어섰다.

“저 놈들 하는 것 본께 저그 조상들한테 회장님이 제사 지낸 걸 저놈들도 잘 아는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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