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민들은 불안하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일시론]국민들은 불안하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1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 연휴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선은 추석민심에 대해 여당은 적폐청산에 방점이 있었다고 하고 야당은 국민들이 안보와 경제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서로 자신들의 지지계층의 여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의 여론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적폐청산도 중요하고 안보와 경제도 중요하다. 추석민심에 국민들은 적폐는 물론 안보와 경제도 함께 걱정했다. 우선순위가 있을런지 몰라도 지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임종석비서실장은 이번 추석에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이는 추석민심을 정확하게 전하고 실천하라는 말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는 시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경제와 안보를 몹시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 믿음과 신뢰를 심어 달라는 당부라고 보는 게 정확한 추석민심이다.

적폐는 청산돼야 하지만 인위적이고 기획적이면 정치보복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여당이 적폐라고 보는 세력과 인사들은 한 때는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부류였다. 그래서 적폐청산은 신중하고 공정하게, 법과 원칙에 맞게 진행돼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촛불민심의 함정은 다수의 침묵하는 자들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로인해 냉소적이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동원하면 사회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고 김대중대통령의 말에 귀 기우릴 필요가 있다.

추석에 고향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을 들었을 것이다. 농토가 있어도 사람이 없어서다. 하루 일하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 노약자들 뿐이고 그마저 구하기 힘들다. 요즘은 도시노동자들이 농촌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심하고 인건비가 올라 감당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시 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도 아우성이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에 의욕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무역흑자가 역대 최대라고 하지만 중국의 사드를 핑계로 한 경제제재와 미국의 한미 FTA재협상은 우리의 경제를 옥죄고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구들도 우리의 신용등급을 재조정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제상황은 여의치 않다. 어쩌면 경제적 상황이 적폐청산보다 더 우선순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안보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북한은 핵개발을 완성할 때까지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앞만 보고 질주할 것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에 우리는 이에대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 미국마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려 하지만 무력을 사용한 제압외에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동북아의 안보와 안정을 자국의 경제에 맞춰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안은 증폭되고 무력감은 더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개성공단을 마음대로 재가동해도 제재를 할 수 없고 세계적 여론과 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끌려 다녀야 현실을 국민들은 불안해하는 것이다. 안보를 적폐청산은 물론 경제보다 우선시 해야 하는 이유이다.

추석민심은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치는 여전히 정략적이고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북한의 ‘불바다’ 운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해법이 없는 정치를 국민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는 알아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