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화로 되살아나는 공간 [4]
[기획]문화로 되살아나는 공간 [4]
  • 박현영
  • 승인 2017.10.1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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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이 넘쳐나던 섬, 문화예술창조 도시로

 

글 싣는 순서

(1)오래된 것의 가치, 문화를 이끌다

(2)양곡창고, 辛(HOT)문화를 담다

(3)‘문화공장’으로 재탄생한 폐 공장

(4)문화와 일상이 만나는 도시, 낭트

(5)경남의 新문화 옛 삶의 터전에서


 

낭트섬 발전 계획 수립기관인 ‘사모아(S.A.M.O.A)’는 역사적으로 남겨야 할 산업유산은 남기고 새로 지어야 할 곳은 신축하는 등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낭트시 중심에 위치한 ‘르 니드(le nid)’ 전망대에서 내려다 낭트섬(강 왼쪽)과 루아르강 하구.

 

조선소가 있던 곳은 대형 기계식 코끼리가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물을 뿜으며 허허벌판을 걷고, 삭막하던 공단지대는 거리마다 전시가 한창이다. 대형 기계식 코끼리는 낭트 주요 산업인 조선·기계 산업의 정체성을 살려 만든 움직이는 기계 동물이다. 70년대까지 바나나 창고였던 곳은 낮이 되면 관광객이 붐비는 카페와 전시관으로, 밤이면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클럽이 됐다. 과자 냄새를 폴폴 풍기던 비스킷 공장도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폐공장은 예술학교와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창고로 변모했다.
낭트섬(ile de nantes)은 도시산업유산을 보존할 곳은 보존하고 새롭게 지어야 할 곳은 신축하며 과거 위에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낭트 도시계획

낭트시는 프랑스 서부 연안에 위치한 도시다. 항구를 중심으로 조선업과 식민지 교역에 관련된 사탕 산업, 제과업 등 수출용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1960~80년대 사이 산업구조의 변화와 유류파동, 국제정세 등으로 조선소는 폐쇄 또는 인수합병됐다. 수출용 제조업 공장도 문을 닫거나 시 외곽으로 이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빈 공장도 늘어났다.

80년대 초반 낭트시는 도시에 흉물로 남은 공장과 조선소를 없애고 국제업무단지 조성을 위해 산업유산을 해체 하려고 했다. 그러나 퇴직한 조선업 노동자들의 반발로 산업유산은 철거되지 않았다.

 

낭트섬 재생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마리케 지거스(marieke zeegers) 사모아 담당자.


이후 1989년 장마크에호(Jean-Marc Ayrault)가 낭트시장으로 선출되면서 산업 유산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했다.그는 시장 재임 중 낭트섬 발전 계획 수립기관인 ‘사모아(S.A.M.O.A)’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했다.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

80년대 말 낭트시는 축제문화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1989년 낭트는 축제를 기획해 바르셀로나 예술가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폐 공장, 길거리 등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매년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초청돼 현재까지 350여 명이 다녀갔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첫 사례가 됐다.
 

비스킷 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한 ‘리우 유닉(le lieu unique)’. 건물 지하에는 터키식 사우나와 1층은 전시실, 소규모 서점, 레스토랑, 카페&펍 등이 있고 2층에는 전시실, 음향 조정실, 사무실이있다. 리우 유닉 제일 꼭대기에는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비어있던 비스킷 공장은 2000년 ‘리우 유닉(Le Lieu unique)’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시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사우나와 공연장, 카페&펍, 레스토랑, 전시관, 어린이집, 서점이 들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했다.

 

기존의 조선소 건물을 활용한 기계 동물 테마파크 '라 머쉰 드 릴'의 전시관.


또 낭트는 2007년 버려진 강변 부지, 조선소 작업장 등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3개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라 머쉰 드 릴과 브루타뉴성 재개관, 에스투아르 프로젝트이다. 멈춰있던 조선소는 조선소 곳곳에 방치된 재료를 모아 만든 대형 기계 코끼리가 다시 움직이게 하고,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브루타뉴 성은 새로 정비된 박물관과 함께 문을 열었다. 또 루아르 강 하구에는 상설·단기 조형작품을 설치해 지역주민, 방문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루아르 강변따라 설치된 조형물.


갖가지 콘텐츠와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화 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낭트는 2011년 르보야자낭트(Le voyage a Nantes)를 설립해 문화와 관광을 함께 기획한다.

자비에 더렌 르보야자낭트 대외협력 팀장은 “한 해 평균 260만 명이 다녀가는데 지난해 여름 축제에는 64만 3900명이 다녀갔다”며 “인구의 두 배(28만 4970명, 2010년 기준)를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행사 준비로 2개월간 30억 원을 들여 10배 이상인 480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며 “파리, 니스 등 주요 관광지 외에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르보야자낭트는 낭트시 뿐만 아니라 시 외곽도 함께 연계한 문화·관광을 기획하고 있다.

◇창조지구(Quaritier de la Creation)

창조지구는 사모아의 다양한 정책을 반영했다. 사모아의 정책은 섬의 기억과 산업유산의 가치 보존, 강과 연계된 활동, 다양한 이동 수단의 균형, 섬 도시재생의 일관성 유지, 지역 통일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 개발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조것을 제시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창조지구에 있는 낭트 건축학교 개강일 모습.


현재 창조지구는 폐공장과 창고를 활용한 대학 캠퍼스, 소규모 스타트업, 지역 민영방송, 사모아 본부, 생활편의시설 등이 들어섰다. 폐공장이 넘쳐나던 섬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예술창조활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중이다.

마리케 지거스 사모아 담당자는 “도시를 재생하는데 시간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폐공장 지대에 건물들이 다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부수고 지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시간을 갖고 보존할 부분은 보존하고 신축해야 할 곳은 신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창조지구는 건축, 미디어, 패션 등 창조산업 관련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교육기관이 들어서고 있다”며 “다양한 요소가 융합된 창조 클러스터 공간으로 국내외 창조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0@gn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건물 지하에는 터키식 사우나와 1층은 전시실, 소규모 서점, 레스토랑, 카페&펍 등이 있고 2층에는 전시실, 음향 조정실, 사무실 이있다. 리우 유닉 제일 꼭대기에는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진은 리우 유닉
) 내 공연장.
‘라 머쉰 드 릴(la machine de lile)의 모습.
낭트 예술학교 외관. 창조지구 내 위치한 폐 공장을 재활용 한 낭트 예술(beaux-arts)학교의 모습(왼쪽). 공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외관 벽면에만 불투명 슬레이트를 설치해 채광이 잘 된다. 방문 당시 낭트 보자르는 학교 시설을 옮겨 오는 등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2018년 이전 완료 예정).
창조지구 내 위치한 폐 공장을 재활용 한 낭트 예술(beaux-arts)학교의 모습이다(왼쪽).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채 외관에만 불투명 슬레이트를 벽면에 설치해 채광이 잘 된다. 방문 당시 낭트 보자르는 학교 시설을 옮겨 오는 등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2018년 이전 완료 예정). 사진은 낭트 예술학교 내부
폐 공장을 재활용 한 낭트 예술(beaux-arts)학교 건너편에 특이한 외관을 가진 건축회사 건물이 눈에 띈다.
공장, 범퍼카 놀이공간을 거쳐 현재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있는 창고 모습.
소규모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는 창고 내부.
바나나 행거(banana hanger)는 1949년에 지어져 70년대 까지 바나나 보관 창고로 쓰였다. 주로 과들루프와 기니, 코트디부아르에서 가져온 바나나를 보관했다. 2007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카페, 레스토랑, 클럽, 전시관이 들어섰다. 대지면적 8000㎡, 길이 1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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