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지국(農本之國)인 우리 겨레의 큰 명절 추석이 긴 연휴와 더불어 지나갔다. 팔월 한가위를 추석, 즉 가을저녁이라 했던 것도 보름달에서 기인했는데 이는 생활문화의 올바른 반영을 통해 민족의 얼과 슬기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에서 비롯된 온고지신이 바탕으로 이해된다. 조상들이 실천해온 유풍을 반드시 그와 같이 따를 수는 없겠지만, 그 유례를 알고 정신만은 받들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추석 무렵이면 일 년 농사일이 거의 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풍년을 기약 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시절이다. 수확한 햇과일과 햅쌀로 지은 밥에 송편과 신도주를 빚어 차례 상에 차려놓고 잠시라도 부복하여 조상숭배와 내 존재의 시간을 가진 후 자손들이 음복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추석에 고향에 돌아와 부모님과 일가친척 찾아뵙고 성묘를 하는 미풍은 나의 뿌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참된 길임을 당연시 한다. 헌데 이런 추석명절의 의미가 퇴락하는 것은 심히 개탄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드러나고 있어 유감스럽다.
시대 흐름의 안타까운 현실 앞에 나만 서글퍼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추석 연휴 첫날부터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외국 여행하려 인천공항을 떠났다고 한다.
나름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평소 일터에서 종사하다보면 가족 서로가 외국여행도 함께하기 어려운 형편에 모처럼 기회가 왔다고 흥청거릴 진 모르겠지만, 경제적 부담을 안고 주마간산의 관광으로 돌아온 후 빈 지갑 만지며 후회하는 객들을 많이 본다.
이젠 우리의 일그러진 정신을 고양시킬 것에 눈을 돌려 보자. 연휴기간 가보지 못한 국내의 명승 유적을 부모님 모시고 자녀들과 맛난 음식 먹으며 다녀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국민동참의 축제를 마련하고, 관광지를 개발해 추석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명절의 개념을 젊은 층에 인식시키며 위정자들부터 앞장서 실천에 옮겼으면 한다.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 경남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