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가을 속으로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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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흔히들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든가. 낙엽이 지는 나무아래에 외투 깃을 한껏 세우고 우수에 젖은 가을남자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봄이 생동과 활기라면 가을은 쓸쓸함과 고독의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가을타는 중년남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 애써 감추려 하지 말고 가을 속으로 걸어가 보자. 센치(sentimental)한 감정이 일면 그대로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시와 낙엽은 왠지 모를 어울림이 있어 보인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803 ~ 853)의 ‘산행(山行)’이라도 읊조리면서,

遠上寒山石俓斜 (원상한산석경사) 먼 추운 산 돌길 따라 비스듬히 오르니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다

停車坐愛楓林晩 (정거좌애풍림만) 수레 세우고 앉아 늦은 단풍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붉은 잎이 이월 꽃과 같다.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을 상추객(賞秋客)이라고 해야 되나? 그들의 옷차림은 단풍만큼이나 화려하다. 단풍 때문인지 등산복 때문인지 산이란 산은 모두 울긋불긋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산을 찾는 산악회가 두 종류가 있더라. 하나는 산이 좋아 산을 오르는 등산(登山)족과 또 다른 하나는 산을 그냥 바라만 봐야 된다는 간산(看山)족이다.

이 두 부류는 공히 하산주(下山酒)를 통과의례처럼 즐긴다. 등산족은 산을 오르고 내려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마시는데, 간산족은 등산족이 하산할 때까지 기다리며 마시는 것이 하산주(下山酒)라 한다.

하산주를 마시는 방식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최근 관광버스는 의자와 테이블을 싣고 다니는데, 주차장이건 정자건 빈자리만 보이면 그곳에 자리를 잡아 산해진미(山海珍味)를 차려놓고 단풍만큼이나 불쾌해지도록 먹고 마신다. 일상탈출이라는 마음에 조금 도가 지나치면 고성에 가무까지 곁들이기도 한다.

옛날에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다 즐기는 생활이 되었으니 그걸 가지고 시비(是非) 하고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면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이번 가을에는 나도 인자(仁者)가 되어 음주가무가 아니라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있는 그대로 즐겨보면 어떨까? 동행하는 소중한 사람의 손도 잡아주고,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라도 나눈다면 그것이 바로 요산(樂山)일 것이다.
민영인(귀농인·중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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