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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폐기된 공공건축물의 화려한 부활스페인 마드리드의 선택은 옳았다
정희성  |  raggi@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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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5  2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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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은 방치된 병원 건물을 재활용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 올해 9월 현재 350만 명에 다녀갔다. 사진은 구관 모습.
1990년대 이후 산업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그 기능을 상실하고 방치된 공공건축물, 산업시설 등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명을 다 한 공공건축물의 활용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술관과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공건축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욕구 충족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가 국내·외에도 존재한다. 경남에도 폐교를 비롯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방치된 공공건축물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에 본보는 공공건축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새로운 생산의 공간이자 사회적 기능을 담는 교류의 장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공공건축물을 재활용해 도시의 보물로 재탄생시킨 국내·외 성공사례를 기획취재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마타데로 아트지구

<2>영화사와 맥주 양조장의 변신
<3>고흐에서 마네까지…미술관이 된 역사<驛舍>
<4>옛것과 새것의 조화
<5>군산의 랜드마크, 근대문화지구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세계적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스페인 내란(內亂)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게르니카(guernica·1937년)’ 작품을 볼 수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프라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과 함께 마드리드 3대 미술관으로 불린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센터 국립미술관’이다. 보통 ‘레이나(왕비라는 의미) 소피아’라고 부르는데, 스페인 국왕을 지낸 후안 카를로스 1세(현재는 상왕·재위기간 1975년~ 2014년)의 부인인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땄다. 지금은 매년 수 백 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우뚝 섰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건물은 1788년부터 1962년까지 종합병원(산 카를로스)으로 사용됐다. 이후 병원이 쇠퇴하면서 점차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1975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가 죽자 철거 논쟁에 휘말렸다. “독재시대의 잔재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18세기 건축양식으로 희귀성을 감안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섰다.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섰던 병원건물은 1977년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신관 모습.신관은 커피숍, 음악당, 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사진제공=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구관 내부 복도 모습. 사진제공=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이 후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은 활용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됐고 건물 양식을 고려할때 미술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치됐던 종합병원이 (친환경)미술관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당시의 결정을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1982년 특별전시를 시작으로 종합병원은 미술관의 구색을 하나씩 갖춰 나갔고 1992년 9월 10일 지금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는 1992년 프라도 미술관에서 옮겨진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비롯해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작품, 제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등과 관련된 사진과 잡지, 라틴아메리카 미술, 그리고 여러 실외 조각까지 폭넓은 현대미술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에는 그림, 판화, 조각, 비디오 영상 등 1만 6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새옷을 갈아 입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1994년 70만 명, 2007년 150만 명, 올해는 9월 현재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관광객이 몰리자 2005년 프랑스 건축가인 장 누벨(Jean Nouvel)의 설계로 신관이 건립됐다. 신관은 커피숍, 음악당, 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관은 거대한 지붕이 떠있어 우주선 같은 느낌을 주며 중앙의 광장은 뚫린 천장에 의해 빛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다. 신관과 구관 건물이 극과 극의 모습이지만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성공은 마드리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미술관 직원은 파트별로 직원수가 너무 많아 자신도 정확한 근무인원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이 몰리자 덩달아 투자자들도 모여들었고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라켈 델 리오 마친
라켈 델 리오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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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마타데로(도살장) 옛 모습을 찍은 사진.

 
마타데로 아트지구
지난달 10일(한국시간) 찾은 마타데로 아트지구 광장 모습. 많은 관광객들이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며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마타데로 아트지구=스페인어로 matar(마타르)는 ‘죽이다’는 뜻이다. 즉 마타데로는 ‘죽이는 곳’, 도살장을 말한다.

마타데로는 1925년부터 1996년까지 가축을 도살하는 공영도축장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곳도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마드리드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제 기능을 잃고 방치돼 온 이곳을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08년 재탄생한 마타데로 아트지구는 매년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마타데로 아트지구는 8개의 건물과 광장 등으로 구성됐는데 건물마다 전시장, 공연장, 작업실, 카페테리아 등 저 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10일(한국시간) 찾은 마타데로 아트지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인파로 붐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혐오시설로 생각할 수 있는 도축장의 건물을 최대한 보존한 것이다. 도축장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새것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건물 내부 곳곳에는 도축장으로 활용됐던 당시 시설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마드리드시의 노력으로 마타데로 아트지구는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드리드 지속 가능성 도시 개발부 자문위원’인 건축가 ‘라켈 델 리오 마친’<사진>씨는 “마타데로 아트지구는 시가 소유한 건축물로 재개발 대신 재활용을 추진하는 데 주민들의 반발 등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마타데로 아트지구의 경우 스페인에서 공공건축물의 재활용 측면에서 우수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전했다.

라켈 델 리오 마친씨는 “마타데로 아트지구의 경우 과거 도축장이었지만 현재 전시와 공연, 휴식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라며 “이 곳 역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처럼 문화유산으로 선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 지역자치정부, 마드리드시가 공동으로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부(문화체육관광부), 광역시, 기초자치단체가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라켈 델 리오 마친씨는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페인 마드리드/글·사진=정희성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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