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견한 행복
황진혁(작가)
내가 발견한 행복
황진혁(작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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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혁

대학을 졸업한 뒤 문득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친구들 취직을 생각하느라 바빴을 텐데 당시 넉넉지 않은 형편의 가정에 살았으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걸 보면 아무래도 철이 없었던 모양이다.

처음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컴퓨터 앞에 차 한 잔을 두고서 제법 낭만적으로 글을 쓰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고 보니 이 직업이 글을 쓰는 게 일이라기보다는 머리를 긁는 게 주된 일이었다. 하지만 글과 씨름하며 지내는 동안에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나름의 행복이 있다. 바로 산책을 갈수 가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지지 않아 머리가 아프면 중단하고 그대로 산책을 나간다.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시절, 레슨을 받으러 가면 교수님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나를 보고 자주 꾸중을 했다. 교수님은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들어봐야 새가 우는 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언제 들어보느냐”고 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나는 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어폰을 벗고 밖으로 나섰던 것 같다.

그리고는 산책길에서 은사님의 충고처럼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 갠 아침에 길가에 핀 클로버 잎 위에는 다이아몬드가 내려앉아있다는 사실, 별이 낮에 보이지 않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나뭇잎에다 자신을 비추어 제 모습을 가꾸고 있었다는 소식, 벼 밭 바깥에 서 있는 강아지풀들이 우리도 곡식인데 왜 사람들이 차별을 하느냐는 투덜거림, 밤에 뜬 달이 달맞이꽃은 본 체 만 체하면서 태양 몰래 해바라기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는 대화내용, 봄에 핀 개나리꽃이 간밤에 별과 나뭇가지의 사랑으로 태어났다는 출생의 비밀 등이 귀에 들려왔다. 이 길에서 나는 영감을 얻고 속으로 ‘유레카’를 외친다. 바깥에서 한껏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작업실로 돌아오면 나는 드디어 글이 잘 써내려가지는 기쁨을 느낀다.

아뿔싸, 어쩌다보니 이 글에서 자연의 비밀을 흘리고야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천기를 누설한 김에 비밀 한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다.

행복은 있지도 않은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멀지 않은 주변에서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만약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에게 결코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다만 행복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찾으면 나도, 당신도, 우리는 언제든 행복할 수 있기 마련이다.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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