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500)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500)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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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500)

“그래, 젊은 부모들이 이혼하면서 네미락내미락 하다가 아이가 짐이나 혹처럼 됐나봐. 친권인지 뭔지로 재혼한 아빠가 키웠는데 언내들 크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말썽을 계모가 나쁜 버릇을 고친다고 매질을 하고 그랬나봐. 심한 학대의 흔적이 몸 전체에서 발견됐다더라. 우리 귀남 언니처럼 집을 나올 나이도 못된 어린애니 곱다시 학대당하다 죽은 거 아이가.”

“계모를 편드는 건 아닌데, 자식을 길러본 사람 아이모 언내들 키우기가 얼매나 에럽고 성가신지 모른다. 더구나 제 배 아파서 안 낳은 남의 자식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그게 어른들 할 일 아이가. 우리 귀남언니를 봐.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될지, 확실한 본보기 아냐. 그에 호응하듯이 너한테 좋은 일이 생기고. 이제 너만 동의한다면-. 호남아 우리도 사람답게 인간답게, 아니, 한 맺히고 피 맺힌 우리 딸들의 건전한 사상을 펼쳐보자. 선대의 관습이나 답습하는 치졸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참 여성상을 우리 자매가 세우고 실천해보자 이기다. 생존 이외로 우리가 했던 동작을 하나하나 짚어보다 내린 결론이다.”

양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취했던 해작질을 저지당한 어린아이처럼 호남이 발칵 고성을 돋우었다.

“언니야, 제 살 째고 소금치드키 그리 별쭉시리 나오지 마라.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렇게들 산다. 나도 열심히 살았으니 누리고 살 권리 있는데 언니 말 듣다보면 자꾸 죄인으로 몰리는 기분이다. 바로 말해서, 언니 니나 내나 성질이 언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당키나 한 지 모르겠고.”

“그 점 때문에 나도 고민 많이 했지. 그렇지만 우리는 여자니까 당했던 상처가 있으니까 이성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애.”

복잡한 일로 짜증 날 때의 버릇대로 호남은 손가락 박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어대며 볼멘 대꾸를 했다.

“뜻은 좋지만 우리한테 그리 큰돈이 어딨노. 땅이야 있지만 부동산 거지라는 말도 있다더라. 꼬박꼬박 세금은 내야 되는데 현금은 없고. 그렇다고 도토리묵 잘라묵드키 삽으로 한 덩거리씩 푹푹 파서 우짤수도 없고. 그라고 나는 아직 묵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몬 해봤는데 그 포원은 우짜라꼬.”

“그야 나도 알지. 너나 내가 앞으로 해야될 대원으로 삼아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이말이다. 앞으로, 경제관념으로만 치우친 사회 분위기 속에 애들이 옛날처럼 온전한 부모의 관심을 받고 자라기가 어렵게 될 거라. 그러니까 그 일은 너나 내가 꼭 해야 될 일이란 확신이 오늘 이 넓은 터전을 보니 더 강하게 든다 아이가. 니가 대지만 주면 건물은 내 돈으로 지을께.”

“언니 너무 앞서 가는 거 아이가? 식구가 많으면 한두 푼으로 안 될 생활비하고 운영비는?”

“너나 나나 부양가족도 없는데 의식주만 해결되면 마음이 배를 채울 차례라. 돈은 쌓아두면 악취가 나고 풀어헤치면 빛이 나는 거라는데 그 빛의 주인공이 너와 나라면 이 허무함도 상쇄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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