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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MBC의 음수사원(飮水思源)은 공정성이다
전점석(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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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7  19: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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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마산의 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에서 마누라와 함께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보면서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기자와 PD들이 협찬사와 함께 겨울철 수익사업인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 우리 언론의 슬픈 현실이 관객들을 울게 했다. 페이스북 마봉춘세탁소에서 ‘우리 파업자들’ 1편을 보았다. 신사업개발센터로 부당전보된 전여민 MBC PD의 유배생활 2년이 담겨있다. 파업현장에서 있은 그의 꿈이야기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꿈 속에서 636번 버스는 상암행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버스를 타도 MBC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또 다른 꿈에서는 MBC에 간다는 전철을 아무리 타도 MBC에는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꿈에서도 MBC에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버텨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들이 참아온 세월에는 분노와 한숨, 실망과 좌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막강한 권력이 휘두른 폭력에 저항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술자리에서만 울분을 토할 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서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 하루하루의 일상생활에 매몰되면서 단순반복의 월급쟁이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을 미워했을 수도 있다.

이제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MBC 구성원들의 노력은 지난 8월 30일에 있었던 총파업 결의대회로 모아졌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자리였다. 이 행사가 열린 상암동 MBC 본사 건물의 현관 로비에는 ‘飮水思源 掘井之人’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물을 마실 때에는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백범일지에도 적혀있는 말이다. 근원이 무엇일까? 그 우물을 판 사람이다. 그렇다면 공영방송국에 근무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당연히 방송국을 있게 한 국민을 생각한다면 방송의 근원은 공공성,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 글귀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읽히고 있다. 경영진들은 청와대가 중요한 기준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휘두르고 있는 권력의 근원이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MBC 구성원들은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MBC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하였다. 4대강 사업은 축제형식의 행사로만 보도할 수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는 그녀의 눈물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가족들을 비판하였고 유가족의 눈물이 나오는 장면과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도 보도할 수 없었다. 촛불집회 보도에서는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를 반대하는 기자나 PD들에게 경영진들은 대기발령, 정직, 전보 등의 징계 3종 세트를 휘둘렀다. 부당해고, 부당전보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효판결을 해도 MBC 경영진은 막무가내였다. 그들에게는 법원판결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로지 청와대에서 촛대뼈 까이는 것만 무서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너무 심하였다.

이때 어쩌면 회사에서 혼자만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퍼포먼스를 한 김민식 MBC PD의 목소리는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으며 창사 이래 전무후무한 95.7%의 최대 투표율과 93.2%의 파업 찬성율로 시작하는 전국 MBC 총파업의 도화선이 되었다.

전국에서 시민들의 모금으로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기는 싸움을 시작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생각하면서 권력으로부터 중립적이고 국민참여가 가능한 MBC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전점석(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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