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시민에게 돌려주는 도시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시민에게 돌려주는 도시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7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주에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이다. 자동차 교통망의 확충을 위해 일제는 1910년대부터 마산, 삼천포, 거창, 하동, 합천 등의 인근 지역으로 가는 도로를 개설 및 정비하였다. 원래 진주성 밖의 시가지는 북쪽 일부만 개발되어 있었다. 당시 시내에는 본정거리(현재의 본성로)와 객사(현 롯데인벤스 자리) 앞 구 종로가 대표적인 도로로 개발되어 있었다. 큰 변화를 가져 온 것은 대사지 매립이었다. 이는 진주성 북쪽에 있었던 대규모 연못이었는데, 이를 매립하여 시가지 도로 개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였다.

이에 따라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진주읍내의 가로망이 크게 확대 및 정비되었고, 성 북쪽으로 상봉동까지 근대적 모습의 도시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철도의 도입으로 강남지역의 개발도 시작되어 육거리도 이때에 개설되었다. 이는 남강에 세워진 진주교를 통해 강북 시가지와 연결되었다. 이러한 도로망 개설에 힘입어 진주는 서부경남의 교통중심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30년대의 사진자료를 보면 오늘날의 동성동거리는 보차가 명확하게 분리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화물자동자 23대 정도를 보유한 다께모또구미 본사가 있었다고 하니 당시 교통도시 진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큰 변화는 한국전쟁 후의 복구사업을 계기로 나타났다. ‘대안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알려진 이 가로망 정비사업은 중앙(현 중앙광장사거리)-, 금성(현 갤러리아 백화점 앞)-, 서부-, 신안(현 이마트 앞)로타리를 중심으로 바둑 격자형의 도시가로망 형태를 탄생시켰다. 이로서 진주는 자동차 운행 중심 도시로서의 성격을 완전하게 갖추게 되었다. 이 격자는 진주 도로망의 근간이 되었고, 1970년대 산업화에 힘입어 천전, 강남, 상평지구 등지로 확산되었으며, 1990년대 신안평거지구를 넘어 오늘날의 혁신 도시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이러한 약 100년에 걸친 자동차 중심으로의 도시 구조 변화는 이동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반면에 점점 자동차 중심의 개발이 가져다주는 폐해에 맞닥뜨리게도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이다. 이 외에도 자동차 소음과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이 도시민의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 심지어 질주하는 자동차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을 뿐 아니라, 도시를 사람이 아닌 자동차와 그 시설을 위한 삭막한 곳으로 변모시켰다.

이러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주도 여느 도시처럼 도로망 확장과 교통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는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완공된 순환도로만 해도 초기에는 매우 원활한 교통흐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긴 자동차 행렬이 시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자동차증가율이 도로 증가율보다 약 3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선진 도시들은 승용차의 수요를 줄이는 대중교통중심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버스노선개편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가 있다.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아닌 단순한 노선 및 배차시간 등의 수정으로는 현대적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때이다. 또한 이러한 교통 정책은 주요 승차장 주변의 도보 및 주유성을 높여 주어 쇠퇴하고 공동화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제 도시를 자동차가 아닌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할 때이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