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상징하는 대추나무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진주를 상징하는 대추나무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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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어릴 때 봄이면 동네 어른들이 계를 모아 진해로 놀러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순신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군항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진주 외곽에 닦은 길가에는 벚나무를 주로 심었다. 내 고향으로 가는 길가에도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다른 동네, 나아가 온 나라를 벚나무가 뒤덮어간다.

벚꽃은 일제가 우리나라에 본격 보급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사진에는 벚꽃이 많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라고 한다. 지금 벚나무는 제주도 왕벚나무에서 나온 품종이라면서, 벚꽃이 애써 일본 것이 아니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벚꽃에서 일본을 떠올린다.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과 감정의 골이 갈라져, 벚꽃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길도 차가워졌다. 그래선지 제주도와 국립산림과학원은 토종 왕벚나무를 전국에 보급하기로 했다 한다. 잘한다.

법으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공식 지정했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을 읊조린다. 나라꽃이라는 무궁화를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렵다. 무궁화는 3~4m 높이는 자란다고 하니 벚나무 대신 가로수로 심어도 괜찮을 것 같다.

벚꽃은 한꺼번에 활짝 피는 맛이 있는지 모르지만, 금방 떨어진다. 떨어진 꽃잎은 지저분하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열매가 작고 맛도 별로여서 과실로서 가치는 없다. 벚꽃은 즐길 시간이 짧고, 꽃잎이 떨어지면 지저분하고, 열매는 별 가치가 없다. 벚나무는 다른 나무랑 견줄 때 가로수로서 장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일본을 상징하고 쓸모도 높지 않은 벚나무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한국의 상징이라는 무궁화는 찾기 힘든데.

나는 무궁화가 온 나라를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궁화가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라면 눈에 자주 띄어야 한다. 그래야 애들에게, 외국인에게 저게 ‘우리나라 꽃’이라고 알려줄 수 있다.

진주시는 1996년 4월 대추나무를 시의 나무로 (시 꽃·석류)지정했다. 어떤가. 진주에서 진주시를 상징하는 대추나무를 보기 어렵다. 벚나무가 차지한 자리를 나누어 무궁화와 대추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대추나무가 진주를 상징하는 나무임을 알리자. 진주에서는 가을이면 길가에서 진한 갈색으로 익은 대추를 따 먹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면 좋겠다. 그게 진주답겠다.

고영회(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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