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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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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9  23: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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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503)

“결혼시킨 지 얼마 안됐다 아입니꺼?”

“그러구러 햇수로는 한 사년 됐지.”

고종오빠 장현동의 장남은 시장 바닥에서도 소문난 수재였고 효자였다. 이름 값하는 좋은 대학 출신에 젊은 박사로 남부러워하는 재인인데 유학중에 만난 애인도 부잣집 딸인지라 그야말로 모자라는 것 없이 꽉 찬 시작이었다. 정말 잘되는 집은 더 얼마나 잘될 것인가, 남들의 집중된 이목을 받았다. 그런데 아들네 집에 갔던 현동의 아내가 울면서 돌아왔다. 바리바리 준비해 갔던 짐들을 그대로 들고 온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갓 결혼시켜놓고 자주 갔던 옛날 집을 찾아가니 얼마 전에 이사 왔다는 다른 사람 얼굴이 나왔다. 본가에는 의논도 없고 연락도 없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간 거였다. 그렇잖아도 요즘 새댁들이 시갓댁을 기피한다는 말은 들어왔다. 시어머니 찾아오지 못하도록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짓는다는 흉흉한 말도 돌았지만 말쟁이들이 장난으로 지어낸 거라 웃어넘기며 세상 아들들이 다 그래도 우리 아들은 그런 일 없을 거라 은근히 품은 자부심을 확신했던 것인데 당황하고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화도 났지만 억지로 누르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들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너 이사하면서 집에 의논도 안하고 그런 법이 어딨노.”

“참 엄마도 촌 양반이 법을 왜 그렇게 입에 올리세요. 우리 돈 갖고 산 것도 아니고 처가에서 사준 집인데 꼭 보고해야 될 필요 있을까 예사로 생각했어요.”

“글타카모 에나 더 연락을 해야제. 사돈댁에 번번이 인사도 빠졌고, 진주 촌사람 예의 없다꼬 짜다라 욕 안하겄나.”

“그건 그렇게 됐네요. 저도 바빴고, 죄송해요.”

“그래 지끔 우짤끼고 이 많은 짐을 갖고 도돌아 갈수도 없고. 마중을 나와야 갖다 주고 돌아갈 것 아니가.”

“지금 시간이 없어요. 회의 들어가야 되거든요.”

“니가 안 되모 며느리 보내모 될 거 아이가.”

“그 사람도 무척 바빠요.”

기다리던 현동의 아내가 다시 공중전화를 걸자 아들이 대뜸 짜증을 했다.

“참 엄마도 연락도 없이 오시면 어떡해요. 우리도 우리 생활이 있는데. 이럴 경우 우리가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죠?”

“자식 집에 오는데 연락은 무슨 연락. 네가 바쁘면 며느리 전화번호라도 갈차도라. 내가 직접 해보꾸마. 이 짐을 다 우짤끼고.”

“우리도 사정 없는 줄 아세요? 짐이 정 아까우시면 거기 누구를 주던지 버리던지요.”

저 괴물같은 사람이 과연 내 아들인가. 신세대 사람들 사는 방식을 너무 몰랐던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책도 없지 않았지만 성가신 불청객을 대하듯 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현동의 아내는 부글부글 속이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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