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아차자, 춤은 차차차’ 땐뽀걸즈
솜사탕 같은 청춘영화 놓치면 ‘아차차’
‘성적은 아차자, 춤은 차차차’ 땐뽀걸즈
솜사탕 같은 청춘영화 놓치면 ‘아차차’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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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이씨 (영화감상 수집가)
 
땐뽀걸즈 포스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가 있다. KT&G 상상마당, 인디스페이스, 대전아트시네마, 대구 오오극장 같은 이름도 낯선 극장에서야 겨우 상영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화제다. 원정관람 인증글이 온라인에 번져나가고 있다. 영화 ‘땐뽀걸즈’ 이야기다.

올 4월 KBS 스페셜로 방송된 거제여상 댄스스포츠반(이하 땐뽀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재편집한 작품이다. 거제의 조선업 장기불황을 취재하려던 이승문PD가 우연히 만난 거제여상 땐뽀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지역사회의 분위기와 함께 연출한 작품으로 방영 당시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PD는 TV에 방영될 스페셜을 제작하면서 영화촬영용 장비를 선택했다. 덕분에 영상은 그 자체도 너무 아름답다. 여러 인터뷰에서 이PD는 “긴 여운을 주고 싶어 영화처럼 만들자고 했다”고 밝혔다. TV버전과 달리 내레이션을 덜어내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덧붙인 영화는 설명에 친절한 대신 개인적인 감상에 더 적합해졌다.

땐뽀반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전국상업경진대회’ 동아리댄스 부문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에 몰두한다. 연습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댄스가 다가 아니다. 장기간 경기불황에 시달리는 거제지역 살림살이가 아이들의 삶에도 드러난다. 식당 손님이 줄어들어 아빠가 안쓰러운 딸, 희망퇴직한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한 딸, 서울로 창업준비를 하러 떠나는 아빠를 배웅하지 못해 아쉬운 딸, 홀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소녀가장까지 쇠퇴하는 지역경제가 아이들의 생활에 배여 있다.

소녀가장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연습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알바 하는 중간중간에도 스탭을 밟아본다. 땐뽀반 이규호 교사는 이 소녀에게 말한다. “니 사정 이런 줄 알았으면 춤 추자고 말도 못했지.” 그래도 소녀가장은 춤추는 시간이 가장 많이 웃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착하기만한 아이들의 순수한 이야기는 아니다. 숙취해소 음료를 건네는 교사나, 금연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불량청소년을 떠올리게 되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3학년이 되면 취업전쟁에 나서야 한다. 이제 18, 19살이지만 대학 진학보다 취업준비가 더 절실하다. 그러니 조선업 불황이라는 지역경제가 이 아이들에게도 숙제가 된다. 어른들의 사회에 금새 빨려들어가 버릴 아이들의 아직은 눈부신 순간이 바로 땐뽀반의 시간이다. 너무 짧아서 안타깝고, 그래서 더 눈부시다.

TV와 달리 추가된 엔딩에는 소녀들의 영상편지가 이규호 교사를 울린다. 아이들과 교사 사이의 이런 앙상블이 영화 전반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꽤나 훔쳐낸다. 이규호 교사는 영화 내내 아이들을 다독여 완성된 무대공연을 위한 노력을 아끼기 않는다. 이 교사의 잔잔하고 끈질긴 가르침이 감동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상감은 아니야” 라는 현실적인 대사는 아이들의 아우성을 불러내기도 한다. 마침내 대회에서 수상했을 때(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무슨 상인지는 생략) 종종걸음으로 아이들에게 달려가는 이 교사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속 두 개의 사운드 트랙이 계속 귀에 감돈다. 포크송 같은 듣기 편한 노래들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다. 이렇게 웃어본 날이 언제였던지. 그렇게 좋았던 날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영화는 시작과 끝부분에 두 번의 땐뽀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화려한 화장으로 공연했던 상업경진대회와 거제여상 종업식에서 화장없이 공연하는 모습이다. 화장기 없는 아이들의 엔딩 공연은 현실세계로 나가야 하는 삶의 전환점에서 마지막 솜사탕 같은 추억이다.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이 있었을텐데…. 짧았던 청춘마냥 영화도 짧다.

‘땐뽀걸즈’의 상영관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전국에서 딱 25곳에서 상영한다. 천만다행으로 진주에서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이달의 인디씨네 작품으로 상영하고 있다. 서울로 부산으로 원정관람도 가는 판에 이거야 말로 ‘개이득’이다. 10월 주말 금·토·일 에 진행되는 인디씨네는 지난주 상영에 이어 20일 13시30분과 19시30분, 21일(토) 16시30분, 27일(금) 13시30분, 19시30분, 28일(토) 16시30분에 ‘땐뽀걸즈’를 상영한다.(나머지 시간대 상영작품은 ‘안녕 히어로’) 러닝타임 85분의 솜사탕 같은 다큐멘터리영화 ‘땐뽀걸즈’ 놓치면 정말 ‘아차차’ 하게 된다.

알케이씨·영화감상 수집가



 
경남·부산 지역 상영관 CGV거제, CGV통영, 거제 씨네세븐,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창원씨네아트리좀, 부산 국도예술관, 부산아트씨어터씨앤씨
 
땐뽀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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