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미리 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 김귀현
  • 승인 2017.10.1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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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정원-죄 많은 소녀-밤치기-히치하이크-소공녀

지난 12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영화 가운데 올해 영화제 개막작과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 등 총 5개 작품을 소개한다. 이 중 개막작 ‘유리정원’은 개봉 닷새 전이며, ‘밤치기’는 내년 상반기 중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유리정원’.


◇‘유리정원’=‘유리정원’은 평화롭고 적막한 공간이다. ‘유리정원’은 비밀, 초록색 인공혈액, 유리정원까지 낯선 소재로 인간의 희망과 욕망을 그린 영화다. 그 속에 사는 한 여자는 시스템에 밀려 좌절한 경험을 안고 산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으로 생명 연장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도 ‘재연’이다.

재연은 열 두살때부터 한쪽 발이 자라지 않아 다리를 전다. 그녀는 여성성을 성공에 결부하지 않는 인물이다. 실험실에 붙박힌 재연에게 사회는 가혹했다.

소설가 ‘지훈’(김태훈 역)은 이런 재연을 관찰한다. 무명 소설가인 지훈은 유명 작가를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단에서 외면 받는다. 원고를 쓰던 그의 몸은 마비돼 간다. 재연은 실험실에서 사랑과 희망을 잃고 자신이 살던 숲으로 돌아간다.

지훈은 과거 재연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새 작품의 영감을 떠올린다. 재연의 인생을 소설로 담아낸 신간은 날개 달린듯 팔려나가지만, 결국 재연과 지훈이 동시에 마주한 것은 충격적인 비밀이었다. 개봉은 오는 25일. 출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러닝타임 116분.


 

영화 ‘죄 많은 소녀’.


◇‘죄 많은 소녀’=‘죄 많은 소녀’는 불편한 사실을 마주보게 한다. 사람의 죽음, 죽음 이후, 그 뒤에 남은 사람들의 내면을 관찰한다. 누군가 생을 잃은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점점 망가져 간다. 서로는 의심의 화살을 겨누고, 벗어나기 위해 타인을 단죄한다.

여고생 ‘경민’이 실종된다. 경찰은 투신으로 추정하고 한강을 수색한다. 하지만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나 명확한 증거도 나오지 않아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 지을 수 없다.

경민이 실종됐던 밤 함께 있었던 친구 ‘영희’는 경민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의심 속에 손가락질 당한다. 홀로 사라져버린 아이의 인물들 사이로 불안과 죄책감이 몰아친다. 경민과 영희의 주변 인물들은 자신이 아닌 누구라도 매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책임을 벗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일도 서슴치 않는다.

영희의 반 친구들, 경민의 실종을 수사하는 형사들, 경민이 사라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친구, 경민의 엄마마저도 영희를 몰아세운다. 영희는 실종된 아이의 자실을 부추긴 듯이 내몰린다.

영화 속 절대적인 피해자, 가해자는 없다. ‘죄 많은’ 소녀는 수많은 이들이 가담한 이기심의 결정체다.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 되기 까지, 오직 영희만이 죄의 무게를 감당한다. 영화는 죄책감이 망가뜨리는 인간, 사회를 단적으로 그려낸다. 개봉 미정. 출연 고원희 유재명 허동원. 러닝타임 113분.


 

영화 ‘밤치기’.


◇‘밤치기’=전 작과 함께 정가영 감독은 디렉팅, 각본 작업과 함께 직접 연기에 나섰다. 남자에게 집요한 애정공세를 펼치는 여자의 이야기다.


술자리에서 처음 본 남자 ‘진혁’을 ‘가영’은 시나리오 자료 조사를 핑계로 다시 만난다. 여자친구가 있는 진혁에게 가영은 호감을 느낀다.

시나리오 자료조사는 뒷전이 되고, 키스, 자위, 첫 경험 등 수위 높은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진혁은 가영의 질문을 받지만, 가영이 주는 애정은 가로막는다. 그동안 카메라는 남자와 여자의 대화를 날 것으로 담는다.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 당돌한 가영의 대사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대화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이끌어 나간다. 여성의 독립적인 욕망이자 남여 역할의 전도를 발칙하게 담았다. 사랑과 욕망에 충실한 ‘가영’은 여성에게 덧씌워진 수동성을 보기좋게 뒤집는다. 영화의 키워드는 ‘애걸의 하룻밤’이다. 개봉 2018년 상반기 중. 출연 정가영, 박종환, 형슬. 러닝타임 85분.


 

영화 ‘히치하이크’.


◇‘히치하이크’=주인공 ‘정애’는 가족의 품이 절실히 필요한 소녀다. 그녀는 병든 아버지와 서울의 재개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정애는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엄마를 찾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친구 효정과 길을 나서지만 엄마를 찾는 데 실패한다.

대신 정애는 효정의 친부로 의심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정애는 이 남자의 집에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고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정애는 불안을 해소할 계기로 어머니를 통한 ‘의존’를 찾아 헤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애가 찾는 것은 엄마의 존재가 아니다. 영화는 일관되게 정애의 새 출발을 제시한다. 영화가 말하는 내용은 세상에 놓인 소녀의 성장기다. 개봉 미정. 출연 노정의, 박희. 러닝타임 110분.


 

영화 ‘소공녀’.


◇‘소공녀’=서울에 살고 있는 서른 한 살 ‘미소’의 이야기다. 일당 4만 5000원의 가사 도우미로 매일을 살아가는 미소의 가계부는 적자로 가득하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담배 한 갑과 퇴근 후 마시는 위스키 한 잔, 웹툰 작가를 꿈꾸는 가난한 연인이다.

모자란 삶에 만족하던 미소에게도 새해는 밝았다. 하지만 그 해 매일 피우는 담배값이 2000원이나 오르고, 위스키마저도 값이 오른다. 미소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어 월세로 살던 집을 버리기로 마음 먹는다.

비싼 집값, 비싼 담배값, 비싼 술값은 가난한 청춘에게 더 많은 포기를 종용한다. 모든 짐을 꾸려 나온 미소는 20대의 가장 뜨거웠던 기억, 함께 밴드했던 친구들을 차례로 찾아가 신세를 진다.

영화는 어딘가 제각기 궁핍한 삶을 그리고 있다. 미소를 비롯해 포도당 링거에 의존하는 회사원, 시부모와 남편의 눈칫밥마저 ‘셀프’인 주부, 부자 남편을 만나 저택에 사는 언니, 이별보다 냉정한 부채에 시달리는 ‘이혼남’, 남은 것은 결혼과 안정 뿐이라는 남자까지 담았지만 궁상 대신 유머가 넘친다. 개봉 미정. 출연 이솜, 안재홍. 러닝타임 102분.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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