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우리 곁에서 때를 기다린다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서 때를 기다린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10.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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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학저술가가 쓴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출간
신간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2년여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이 지난달 중순 전해졌다.

그의 죽음은 2015년 봄 4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낳으며 나라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의 기억을 다시 불러들였다.

메르스부터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잊을만하면 찾아와 우리를 몸서리치게 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인수공통감염병, 즉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고정 필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데이비드 콰먼의 신간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꿈꿀자유 펴냄)는 5대양 6대륙을 숨 가쁘게 돌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세계를 파고든다. 저자는 인도양 모리셔스섬에 살던 새 도도가 인류에 의해 멸종되기까지 과정을 추적한 베스트셀러 ‘도도의 노래’로 유명하다.

1994년 호주 브리즈번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핸드라 바이러스에서 출발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는 어떻게 동물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갈수록 인수공통감염병이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 까닭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의 ‘대발생’이라고 칭해야 할 정도로 인간의 숫자와 능력이 폭증했다. 탐욕스러운 호모사피엔스가 동물 서식지를 무차별적으로 침범하고 파괴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접촉면이 넓어지고 기회도 급증하면서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오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바이러스는 지금도 우리 곁에서 몸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감염성 물질로 가득 찬 초신성이 폭발하듯” 무섭게 퍼져나간다.

600쪽에 가까운 두툼한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다음번 대유행은 언제인가’라는 두려움 속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을 근절할 수 없는지 묻게 된다.

저자는 천연두, 소아마비처럼 인간만 공격하는 병원체는 박멸할 수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는 동물을 숙주로 삼다가 종종 인간을 침범하기에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음 대유행이 올 때 손 놓고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의 목적은 사람들을 보다 똑똑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는 상당히 똑똑해질 수 있다. (중략) 개인의 노력, 개인의 분별 있는 행동, 개인의 선택이 집단을 멸절로 몰고 갈 파국적인 상황을 방지하는 데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가 침팬지 고기를 먹고, 망고나무 아래 돼지 축사를 짓고, 입을 막지 않고 기침을 하는 일 등을 피하는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대유행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진짜 결론이다.

의학, 생물학, 생태학 용어가 빈번히 등장하지만, 발로 뛰며 취재해 긴박감 넘치게 재구성한 이야기들은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책은 우리가 잘못 아는 사실도 따끔히 지적한다. 에이즈에 걸린 뒤 31세에 숨진 캐나다 출신 승무원 게탕 두가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들여와 서구 남성 동성애자 집단에 처음 퍼뜨린 인물처럼 굳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아프리카도, 아이티도 아닌 집 근처에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저자가 굳이 부각하지 않지만, 때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인수공통감염병의 진실을 알아내려고 했던 생물학자들과 의학자들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책을 번역한 강병철 씨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 중인 소아과 전문의다. 그는 출판사인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을 설립해 책을 펴내고 있다.

580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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