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아파트분양,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아파트분양,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0.22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공급시장에서 시행되어 오던 선분양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분양제는 지난 1977년에 처음 도입하여 현재까지 40년 동안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시행중인 제도이다. 당시 수도권 등 대도시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반면, 건설사의 자금여력은 취약하고 정부재정도 열악한 상황에서 분양가 규제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과 주택공급의 확대를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의 주택건설과 관련된 현행법상 건설사들은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이 용이한 선분양제를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선분양제를 토대로 주택건설사들은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고, 아파트수요자들의 입장에서도 주택자금을 한 번에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과 분양가 상한제하에서 시세보다 낮게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2~3년간의 아파트 공사기간 동안 아파트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재산증식의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장에서도 주택공급을 위한 별도의 재정적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선분양제는 부실시공, 품질저하, 미분양, 건설사의 부도로 인한 피해, 전매시장을 통한 부동산 투기 과열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선분양제는 수억원대의 아파트에 대한 검증도 못한 상태에서 모델하우스와 건설사의 설명만을 믿고 사전 구매하게 되는 구조이다.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이미 분양대금의 대부분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아파트의 품질제고보다는 이윤극대화를 위한 부실시공의 유혹에 빠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공사도중 부실시공이 발견되어도 이미 집값의 80%정도를 지불한 수요자들은 잔금을 치르고 입주할 수밖에 없고, 입주 후에도 분양광고와 다른 마감재나 품질저하 등의 하자로 인해 지루한 법정다툼을 계속해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에 비해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한 공정수준(80%) 이상 지은 후에 입주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거의 완성된 주택을 확인하고 다른 주택 및 분양광고의 내용과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건설사들은 제품의 판매를 위한 품질개선에 노력함으로써 부실시공을 줄일 수 있고, 또한 분양시점과 완공시점의 차이로 발생하는 부동산 가격의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매시장의 형성을 차단하여 투기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으며,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그동안 선분양제 하에서 입주자들로부터 조달했던 ‘무이자 건설자금’을 금융권 등에서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고, 이러한 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되거나 미분양으로 인한 할인분양을 염두에 둠으로써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선분양제는 공급자 중심의 제도이고 후분양제가 수요자 중심의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전환하되, 다만 건설사들의 자금조달대책은 별도로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면적인 후분양제의 시행보다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우선은 50% 이상의 공정수준 이상을 분양요건으로 하고, 점차 80% 이상의 공정수준으로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