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장애인 수영선수와 어머니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경일시론] 장애인 수영선수와 어머니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0.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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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하면 우리는 먼저 떠올리는 것이 ‘불쌍하다, 도와주어야 한다, 약하다’등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말 장애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이미지만을 가진 사람들일까? 이런 의문에 명쾌한 답을 해주는 기사가 며칠 전에 실렸었다.

“9살에 5Km달리기 완주, 해발 3870m 로키 산맥 등정, 2011년 뉴욕 허드슨 강에서 열린 10Km장거리 수영 18세 미만 1위, 2015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10Km 수영 국가대표선발전 2위”. 이는 올해 21세 수영선수 김세진의 기록이다. 여기까지만 읽었을 때는 우리는 그 선수를 매우 부러워한다. 세상에 어떤 씩씩한 젊은이가 그렇게나 장한 기록들을 세우냐고….

그런데 세진군은 선천성 무형성 장애로 두 다리와 오른손이 없다고 한다. 그 엄청난 장애를 가지고 세진군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해 낼 수 있었을까? 바로 어머니의 격려와 지원에 의해서이다. 어머니의 격려와 지원에 힘입어 세진군은 장애인의 몸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비장애인 대회에도 당당히 맞섰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진군의 어머니 양정숙씨는 친 어머니가 아니라 세진군을 어릴 때 입양해서 키운, 가슴으로 그를 낳은 어머니라는 것이다.

어머니 양씨는 어렸던 세진군을 끊임없이 넘어뜨리며 일어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당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 하면서 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진군은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한 수영선수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양씨가 세진군을 입양하려고 할 때 그녀의 아버지는 극구 반대하셨다고 한다.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고 있느냐?, 그리고 네가 저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아느냐?’고 물어보시면서 반대하시다가 결국에는 딸의 의지대로 하도록 승낙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로서, 세진군의 어머니처럼 우리는 장애인을 편견 없이 입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장애인 아기는커녕 정상인 아기들도 입양하기를 거부해서 대부분의 미혼모 아기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1위국가로 오명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정상아도 아닌 장애인 아기를 그것도 두 다리가 없을 뿐 아니라 오른손까지 없는 장애아기를 입양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술을 통해 세진군에게 로봇다리를 만들어주고, 정상인보다 더 훌륭한 청년으로 키웠으니, 우리들에게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장애인 어머니로서의 자세이다. 아들이 장애를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상황을 만들어 겪게 하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반복 훈련을 통해 단련시켜 나가도록 한 점이다.

이러한 감동적인 이야기는 최근에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갈등이 첨예화되었던 사건에 비추어볼 때,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장애아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일이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떤 가치관이나 생활철학을 물려주어야 할까 라는 측면에서, 또한 사회공동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장애아동을 위해 우리국민과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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