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OECD 가입 21년, ‘중진국 함정’ 빠진 우리경제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OECD 가입 21년, ‘중진국 함정’ 빠진 우리경제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0.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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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총생산 1만3133 달러, 외환보유액 324억 달러, 수출액 1205억 달러, 이는 한국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였던 1996년의 경제 지표이다. 29번째로 OECD에 가입하였을 때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섰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1997년에 몰아 친 IMF 외환위기를 3년 8개월 만에 완전 극복하였고,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 경제의 외형적 성장은 성공하였다. 이에 OECD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Korea 2016)’에서 한국은 지난 25년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OECD에 가입한지 21년이 된 한국은 지금 어떠한가. 1인당 총국민소득(GNI) 2만 달러에 묶여 있어 소위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인 일본·독일·호주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5년, 미국은 9년이었다. 반면 한국은 2006년 처음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11년째 3만 달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들은 결국 선진국 대열에서 낙오된다는 것을 우리는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에서 보았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원인을 짚고 이를 바로 잡아 하루 빨리 이 늪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첫째, 사회·정치의 안정화가 급선무이다. 사회·정치가 불안하면 외국인 투자는 물론 국내기업도 투자를 꺼리게 된다. 특히 작년부터 불붙은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에서 비롯된 국론의 양분화는 탄핵정국을 거쳐 적폐청산은 새로운 분열과 사회적 혼돈을 야기 시킨다. 물론 부정부패와 잘못된 관행을 근절시키고자 하는데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자기만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한 적폐청산은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다. 단기(1년 미만) 근로자 비중이 32.8%로 OECD 주요 회원국 중 1위이며,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이 1770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124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따라서 잡쉐어(job share)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단기 근로자 비중 감소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으면 외부 환경변화에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 될 기회를 잃게 됨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조사대상 59개국 중 36위로 낮은 실정이다. 셋째, 산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제조 강국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하여 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복합을 위하여 산업규제를 과감히 철폐하여야 한다. 넷째 일관성 있는 국정운영이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 20년 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핵심 정책이 바뀌어 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을 원점에서 시작하다 보니 성장을 위한 노하우는 없어져, 급변하는 세계경제 체제에 적응할 경제체질을 갖추지 못하여 경제성장을 이끌 동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 허니문 기간을 벗어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 이들 문제를 풀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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