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화려한 부활
[기획] 폐기된 공공건축물의 화려한 부활
  • 정희성
  • 승인 2017.10.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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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흉물에서 보물로 '환골탈태'
<1>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마타데로 아트지구
<2>영화사와 맥주 양조장의 변신
<3>고흐에서 마네까지…미술관이 된 역사<驛舍>
<4>‘보존’ 새로운 가치를 만들다
<5>군산의 랜드마크, 근대문화지구
독일의 대표적 생태마을과 복합문화공간으로 꼽히는 우파파브릭.


◇우파파브릭(Ufa fabrik)=독일 베를린 남쪽 시내 중심가 포츠담 템펠호프에 위치한 이 곳은 1920년부터 1961년까지 41년 간 영화제작소로 활용됐다. 영화제작소 이름인 ‘Ufa’(우니베르줌영화사·Universum Film Aktien Gesellschaft)와 공장이란 뜻을 가진 ‘Fabrik’이 합쳐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면서 영화작업에 어려움을 느낀 영화사는 1961년 서독으로 이전했다. 영화사가 이전하자 당시 서베를린시는 1만 8000㎡ 이르는 영화제작소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시는 우편사업소 등 재활용 방안을 강구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빈공간으로 덩그러니 남겨졌다. 30년 가까이 방치됐던 우파파브릭에 1979년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와 숙련공들이 베를린으로 모여들면서다. 이들은 이 곳에 거주하면서 협회를 만들었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베를린은 우파바브릭을 ‘점령’한 이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이들을 인정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 협회는 서베를린시와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갔다.

안정을 찾은 우파파브릭은 주민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공생을 길을 택했고 지금은 ‘도심 속 오아시스’, ‘생태마을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곳에는 현재 30여 명의 예술인과 숙련공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2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우파파브릭 어린이농장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우파파브릭은 영화제작소로 사용하던 7개의 건물과 부지를 재활용해 공동체 자립센터(NUSZ), 야외공연장, 어린이농장, 주민센터, 체육관, 유기농 빵집, 자연식품점, 카페, 게스트 하우스, 어린이서커스학교, 자유학교(사립), 어린이 동물농장을 만들었다.
 

우파파브릭 입구에 가면 유기농빵집에 있다. 이 곳 역시 영화제작소 건물을 재활용했다.


공동체 자립센터는 이웃들을 대상으로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건강 등에 대해서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아기를 돌봐주고 자유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또 정기적인 마켓과 축제를 진행하고 무술, 요가를 비롯해 명상, 성악, 미술, 요리 등 다양한 수업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여름이면 야외공연장에서 파티를 열거나 공연을 즐기고 유기농 빵집과 자연식품점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매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서커스학교에서 서커스를 배우고 어린이 동물농장에서 말, 돼지 등과 스스럼 없이 지낸다.

이들의 생활에서 우파파브릭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파파브릭은 친환경적인 마을이기도 하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빗물을 재활용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수초를 이용한 폐수 정화 시스템과 옥상정원 등도 눈길을 끈다.

 

우파파브릭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관계자들이 공연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모습.


운영책임자 힌데 프리돌린씨는 “우파파브릭은 베를린의 대표적인 생태마을(복합문화공간)로 1986년 베를린시와 50년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며 “재정의 60%는 연방정부, 베를린시, 기업체, EU로부터 지원과 후원을 받아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40%는 임대료, 공연티켓 판매, 빵집·카페 수익금등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가들이 필요로하는 창작공간, 연습실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며 “연간 30여 만 명의 관광객들이 공연을 보거나 우파파브릭의 운영 철학을 배우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힌데씨는 한국의 김덕수 사물놀이패도 이 곳에서 공연 후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적이 있다고 귀뜸했다.

 
우파파브릭 어린이농장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옛 서베를린에 영화제작소를 재활용한 ‘우파파브릭’이 있다면 동베를린에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가 있다.

플레츠라우어베르그(Plenzlauerberg)에 위치한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우리 말로 풀이하면 ‘문화양조장’이다. 이 곳은 과거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맥주공장이었던 슐트하이스(Schutheiss)가 있었다.

1842년에 문을 연 슐트하이스는 산업화과정에서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맥주산업이 호황을 맞으며 1871년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건물이 하나씩 늘어갔다.

 
19세기 맥주 양조장으로 사용된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모습.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슐트하이스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전쟁 당시 양조장에서 전쟁포로들이 노역을 했는데 소련이 동베를린을 점령하자 소련군정은 맥주공장의 소유권을 압수했다. 이후 동독 소유로 넘어간 맥주공장은 경영상의 이유로 타 지역으로 이전했고 1962년 문을 받았다. 양조장은 이후 일부는 창고로 사용되거나 빈공간으로 방치됐다.

동독은 1970년부터 재활용을 고민했고 춤공연장, 카페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1977년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선정되면서 문화인과 지식인, 정치인들이 중심돼 본격적으로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통일 후 철거 위기를 극복한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1998년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정부와 민간투자를 통해 외벽을 제외한 내부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이다. 2년 간의 공사를 마친 맥주양조장은 2001년 ‘문화양조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수 많은 건물은 저마다 특색을 지난 문화공간으로 변신했고 일부는 수익사업을 위해 상업시설로 임대됐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에는 현재 슈퍼마켓, 수공예 가구점, 커피숍, 태권도장, 클럽 등이 입점해 있다. 문화예술공간만으로 생존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서비스업과 문화예술을 묶어 이른바 복합공간으로 운영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광장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모습.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현재 4개의 광장과 8개의 상영장으로 구성된 극장, 다목적 공연장, 전시설, 장애인 전용극장(람바참바) 등으로 구성됐으며 매일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열린다. 이 곳을 방문하는 연간 관광객은 100만 명 안팎으로 관계자는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글·사진=정희성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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