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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81>조항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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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7  01: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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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산 최고의 전망대 말발굽바위, 오른쪽 끝이 옥녀봉이다.



‘새의 목’이라는 뜻을 가진 조항산(鳥項山·802m)은 우리나라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과 어우러진 산이다. 산은 전북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와 적상면 방이리에 걸쳐 있고 서쪽 부남면소재지 앞으로는 금강이 용틀임하듯 휘돌아간다.

과거 깃대봉 국기봉으로도 불렸던 조항산은 신선봉이 799m, 옥녀봉(玉女峰)이 796m이다. 높이가 낮아도 옥녀봉 오름길은 경사가 급해 악명이 높다. 최고의 전망대는 옥녀봉과 조항산 사이에 있는 말발굽바위이다. 서쪽에 펼쳐지는 산실루엣, 발 아래 까마득한 곳에서 느껴지는 아찔함, 멀리 부남면과 금강이 수려한 조망을 제공한다. 산 뒷편, 그러니까 동쪽 대전∼통영고속도로 너머에는 유명한 덕유산과 적상산이 있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에서 발원해 역 시계방향으로 진안 용담호를 거쳐 이곳에 닿아 조항산을 높이 세워서 변화를 주고 두세번 굽이친 뒤 충북 청주 대청호, 세종시를 관통, 공주·부여 땅을 적시고 서해 군산만으로 흘러들어간다.

강가에는 억겁의 기나긴 세월, 바람과 금강물이 대문바위 각시바위 벼룻길 등 아찔한 벼랑을 만들어 그야말로 산수절경을 이루고 있다.

   
대문바위.


등산로 초입의 대문바위는 주변에 소로길이 있어 마을과 마을간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근세에 와서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넓은 도로가 뚫렸다. 이 외도 조항산에는 옥녀봉(玉女峰)과 신선봉 말발굽바위가 있다. 특히 옥녀봉은 경사가 하도 급해 산행 중에 ‘옥녀’를 몇 번이나 소리쳐 불러야 할 만큼 힘이 든다. 부남면 대소마을과 율소마을 사이에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굴암리 큰 들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보는 새로 단장해 벼룻길을 조성했다. 예향천리 무주 마실길 중 일부 구간이기도 한 이곳은 거리가 짧고 각시바위와 그 밑에 뚫린 동굴길 같은 명소가 있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해볼 수 있다. 2년 전 공중파에 벼룻길이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사무소·복지회관→부남우체국 옆 골목길 100m지점 등산로 입구→김해김씨·진주강씨조묘→정자→옥녀봉 1.5km 이정표→대문바위 갈림길→옥녀봉(710m)→신선봉(796m)무인산불감시카메라→말발굽바위→조항산 정상·헬기장→율소방향 하산→철제계단→김씨 부부묘→율소갈림길→전원주택→부남면복지회관 회귀. 9.3km,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오전 10시, 무주군 부남면소재지 대소마을이 등산로 기점이다. 대나무가 많아서 대소마을이다. 인근에는 밤나무가 많다고 해서 생긴 율소마을이 있다. 수백년 된 느티나무 앞을 지나 안쪽으로 200m정도 들어가면 부남우체국, 그 옆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화가 그려진 골목벽면을 따라 100m정도 들어가면 왼쪽이 등산로 초입이다.
 

   
호랑지빠귀.


등산로 안내판 옆으로 좁은 계단을 올라서면 김해김씨와 부인 진주강씨의 합조(合兆)묘가 보인다. 여름새 호랑지빠귀가 인기척에 놀라 달아났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이 새는 옅은 갈색의 얼룩무늬 보호색 때문에 ‘호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팔각정.


본격적인 수림 속을 걸어 20여분 만에 팔각정에 도착한다. 산속에 있는 정자가 생뚱맞긴 해도 등산객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깊은 가을, 등산로에 온통 밤이 굴러다녔다. 주인이 없는 토종 싸락밤인데 알맹이가 자잘하고 감칠맛이 난다. 이를 개량해서 만든 밤이 요즘의 밤이다. 이런 밤나무가 많은 것은 산 너머에 있는 율소마을과 무관치 않아보였다.

다시 10여분 올랐을까. 묵은 무덤이 있는 언덕에 올라서면 좌측에 거대한 문바위 골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갖은 폭포와 기묘한 바위의 선경이 있으나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갈수가 없다. 계곡 사면에 보이는 벼랑은 문바위다. 이 바위를 품은 산의 능선이 이번 산행에서 하산 길로 잡은 길이다.

 

   
 


발길을 재촉해 옥녀봉 1.5km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대문바위 갈림길을 지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옥녀봉에 오르는 것이 가장 힘든 여정임을 몰랐었다. 등산로는 산허리를 감고 돌아 서서히 고도를 높이다가 어느새 급경사와 맞닥뜨린다. 된비알에 흙길이어서 곳곳에 로프를 설치해 미끄러짐을 방지토록 했다. 앞 뒷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무에 기대거나 바윗돌에 앉아 잠깐씩 휴식하기를 2∼3차례,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즈음 옥녀봉에 닿는다.

출발 1시간 30분만이다. 전망은 아예 없고 공원묘원 1.5km를 가리키는 이정표만이 삐딱하게 서 있다.

   
기이하게 자란 나무.


뜨거웠던 격정의 태양빛은 피부에 닿기도 전에 바람이 걷어가 버려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들고 있는 수목들도 낯선 산행객을 반긴다. 두번 꺾여서 하늘로 자라고 있는 기이한 형태의 나무도 흔한 참나무와 갈참나무도 산행을 반겨준다.

산속 선경공원묘원에 닿는다. 직접 묘지군을 관통하는 것은 아니고 오른쪽 사면에 차량과 묘지, 관리동이 살짝 보인다. 멀리 시선을 옮기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너머 가을에 치마를 두른 듯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적상산이다. 조선시대 국가의 중요한 서적을 보관하던 적상사고가 있는 산이다. 또 산정 인공호수 적상호는 산 아래 무주호와 연결된 무주양수발전소이다. 낮에 남는 전기로 물을 퍼 올려 다시 떨어뜨려서 전기를 일으키는 산청양수발전소와 같은 원리로 발전한다. 더 오른쪽엔 국립공원 덕유산이다.


옥녀봉에서 공원묘원을 거쳐 조항산까지 가는 길은 힘들지 않고 오르내림 길이 반복되나 왼쪽은 낭떠러지다. 이 지역에 족히 30m높이의 말발굽바위가 위치한다. 부남면에서 올라온 등산로가 옥녀봉에 닿은 뒤 조항산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뚜렷하다. 호젓한 길을 걸어 낮 12시 30분, 조항산에 닿는다. 조항산을 중심으로 지나온 옥녀봉과 맞은편 지장산이 음양의 조화란다. 조금 더 지나면 헬기장이 있는 갈림길이다. 오른쪽 1.1km지점 노고산과 산속 마을인 분주동, 왼쪽 2.2km 지점에 하산 길로 택한 율소마을이 있다.

취재팀은 이 지점에서 휴식한 뒤 오후 1시 30분, 부남면 율소방향으로 하산 길을 택했다. 철제계단을 내려가면 완만한 경사도의 하산길이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진다. 가끔씩 좌측에 옥녀봉이 숲 사이로 언뜻 보였다가 사라진다.

   
그림같은 전원주택.


산기슭까지 다 내려왔다고 생각할 즈음 주의해야 할 갈림길이 나온다. 율소 1.3km로 표기된 오른쪽으로 가면 안 되고 산행리본을 보고 왼쪽 길로 내려가야 한다. 조금 더 진행하면 마지막 봉우리가 우뚝한데 이를 넘어서면 곧 1000여평은 돼 보이는 널찍한 광장에 그림 같은 2층 전원주택이 나온다.

드넓은 평원과 주택을 에워싸고 있는 수십년짜리 침엽수림이 이국적이다. 앞마당을 가로지른 뒤 이정표를 따라 3시께 부남면 대소마을로 회귀했다. 귀갓길에 들른 대문바위는 옛날 사람들의 통행을 통제한데서 유래했다. 이웃마을과 소통의 문이기도 했지만 돌림병이나 난리 등 위험한 일에 닥쳤을 때는 가장 먼저 문을 폐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대문바위라고 불렀다. 바위 아래 휘감아 도는 금강의 깊은 소에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황소를 먹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gn20171001조항산 (131)
숲속으로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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