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0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09)
  • 경남일보
  • 승인 2017.10.12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09)

“아무리 그렇지만 이 자리가 어떤 자린데 애기를 이런 데다 눕힙니꺼.”

나무라는 양지를 상대하기보다 놓쳐버린 여자에 대한 미련으로 안타까운 숨결을 헐헐거리던 하 씨가 양지에게로 선뜻 아이를 넘기려 했다.

“야나 좀 받아주이소. 이라고 있을 때가 아입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이유라도 알아야 회장님 내외분께 아아를 델다 디리도 디리지요.”

“얘가 그럼 회장님 손주란 말입니꺼?”

“글타카이요. 가타부타 말 한 마디 없이 덜렁 언나만 델다놓고 가모 어른들은 대체 우짜라꼬 그라는지.”

그제야 퍼뜩 생병 난 고종올케나 오빠를 향해 몰려오는 어떤 해일이 감지됐다.

“제가 가볼거니까 언내나 남들 눈에 안 띄게 얼른 안고 들어가세요.”

하 씨에게 말을 던진 양지는 여자가 사라진 골목 밖으로 줄달음질쳐 나갔다.

차들이 다니는 큰 길로 숨 가쁘게 달려간 양지는 마침 도착한 택시에 한 발을 올리고 있는 여자의 뒷덜미를 가까스로 잡아챌 수 있었다.

“놔요, 놔!”

양지에게 잡힌 몸을 뒤채면서 여자가 역정을 냈다.

“어쨌든 내리세요. 아저씨 미안합니다. 큰 일이 나서 그래요.”

양지가 양해를 구하자 택시는 곧바로 떠나고 어쩔 줄 모르는 난처한 표정으로 여자가 변명을 한다.

“시키는 대로만 했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튼 어디 찻집으로 좀 들어가요. 나는 그 집 회장님 동생이니까 이대로 그냥 못 돌아가실 줄 아세요. 아시겠죠?”

강단 있게 선언하는 양지의 기세에 눌린 여자가 조금 기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찻집에 앉아 마주보니 보통 집안의 어머니들처럼 평범하고 원만해 보이는 인상이다. 천리 먼 이곳 시댁까지 젖먹이를 데리고 와 어른도 아닌 종업원 손에다 얼렁뚱땅 떠넘기고도 양심가책 없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여자가 아는 대로 정보를 캐내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것이 양지에게 큰 힘을 주었다.

“차는 뭘로 시킬까요?”

“그저 아무 거나요.”

날라져 온 커피를 여인이 마실 때까지 양지는 아무 말 없이 뜸을 들였다. 그러고도 한 참 후 양지는 건너편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사님, 이제 자초지종을 여사님이 아시는 대로 좀 알려주세요. 보아하니 여사님도 일찍 보셨다면 손주도 있으실만한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는 대로 좀 말씀해주시겠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