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병문안 왔는데 왜 막고 그러노(?)
최원준(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객원칼럼]병문안 왔는데 왜 막고 그러노(?)
최원준(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 경남일보
  • 승인 2017.10.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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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경상대학교병원 현관에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할머니가 멀리서 새벽부터 차를 타고 오셨는데 병문안을 못하게 하니 단단히 뿔이 나신 모양이다. 옆에서 거들기도 한다. ‘할매가 멀리서 왔는데 한번 봐주지 너무들 하네.’

입원환자의 병문안 제한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환자의 안정 및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서 병문안의 제한은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꼭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시설적인 면에서도 모자람이 있었던 것도 인정되어야 한다.

지난 해 5월 된 메르스 사태는 38명이 사망하는 사상 초유의 피해를 낳았다. 중동을 제외한 국가에서 메르스 발생 비율이 높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지목됐지만 그 중 고유의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가족, 친지, 친구 등이 단체로 병문안을 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문화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바이러스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메르스로 놀란 정부와 의료기관들은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해 각기 다양한 형태의 방안을 선보였다. 경상대학교병원의 변화된 예를 보자. 가장 변화된 부분은 병동 출입이다. 현재는 보호자 출입증을 소지한 보호자 1인만 가능하다. 출입증이 없는 경우는 면회시간에만 면회할 수 있다. 면회시간은 평일 오후 6~8시,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12시 및 오후 6~8시다. 이마저도 감염성 질환자, 미취학 아동, 단체는 불가하다. 제도 효과성을 위한 시설도 새로 만들었다. 각 병동 및 진료실 앞마다 슬라이딩 도어가 설치됐다. 출입을 위해서는 보호자출입카드가 별도로 필요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간호사 및 안전요원이 정해진 면회시간 외에 찾아온 방문객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기도 한다.

병동 출입 통제를 담당하던 안전요원은 “원칙적으로 출입증을 확인하는데 보호자들은 대부분 따라주지만 화를 내며 억지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있다”며 완벽한 제재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르르 몰려오는 단체 방문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병실문을 활짝 열고 있거나 병실 내에서 음식을 나눠먹는 장면도 없었다. 환자 보호자 한분은 “예전처럼 한 병실에서 음식을 나눠먹을 수 없어 개인주의적 경향이 생긴 점이 없지 않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것인 만큼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는 각 의료기관의 병문안 기준 권고문 이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많은 병원들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병문안 문화가 지속적으로 개선,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들의 병문안 정서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병원에서 100%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시 별도의 통제시설을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배치한 기관에 3점의 가산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에는 남의 슬픔을 멀리하지 않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따뜻함이 깔려 있다. 누가 아프다면 반드시 찾아뵙고 손이라도 잡아 위로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전화, 편지 혹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멀리서 오신 할머니는 어떻게 해요? 환자가 이동이 가능하다면 지정된 장소에서 면회를 하실 수는 있다. 다음부터는 정해진 면회시간에 방문해 주실 것을 부탁해 본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병문안 개선 캠패인’을 잘 알려져서 정착이 된다면 입원 환자의 안정 및 치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방문객의 감염병에 대한 노출 및 전파차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원준(경상대의대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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