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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에 담긴 의미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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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5  15: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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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찬

먹을 갈고 붓글씨를 쓰는 게 나의 일상이다. 내가 글을 쓰는 서실의 햇살이 잘 드는 동쪽 작업실 창문 앞에는 아파트에서 관리하는 작은 정원이 있다.

창밖으로 목련과 느티나무를 비롯한 각종 정원수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싹을 틔우고 꽃과 잎을 피워서 가을에 낙엽이 될때가지 이를 지켜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파란 새싹이 움터 녹음을 이뤘던 계절이 지나고 요즘은 단풍이 들어 하나 둘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고 있다.

그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니,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와 함께 그가 발문에 인용한 논어의(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라는 한구절이 떠오른다. ‘날이 추워진 후에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라는 뜻이다.

세한도는 조선 최고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그가 59세이던 1844년 절해고도(絶海孤島) 제주도에 위리안치돼 유배생활을 할 때에 제자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이 어렵게 구한 귀한 책들을 보내오자 그의 변함없는 마음에 고마움을 담아 그려 준 것이다.

그림에는 치장한 것이 별로 없고 초라한 집 한 채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송백 네그루가 한겨울 추위 속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갈필로 최소한의 것만 간추린 듯 그려내어 더함도 덜함도 용서치 않는 까슬까슬한 선비정신이 필선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림을 그리게 된 발문이 적혀 있고, 우측 아래에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유인이 찍혀 있다. 이 장무상망은 ‘서로 오래도록 잊지 말자’는 뜻이다.

권세를 잃고 초라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 그런 스승을 잊지 않고 귀한 책들을 구해 보내준 제자 이상적! 그들이 보여준 변치 않는 의리는 길이 후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세한도는 국보 180호이다. 전문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이같은 지위를 얻었다.

세한도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추사의 그림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사제지간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는 아닐까. 어려울 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이 그리운 요즘이다. 세상의 물욕에 휘둘려 인간다움마저 잃고, 또한 그것마저 현실이라고 정당화 하는 현 세태에 선인들이 남긴 이 이야기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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