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황진혁(작가)
결혼에 대하여
황진혁(작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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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혁

며칠 전 기사 하나를 접했다. 남자친구 아버지가 막노동을 한다는 말에 결혼을 주저하고 있다는 여성의 사연을 다룬 내용이었다. 괜찮은 남자이지만 그의 집안이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훗날 행복한 가정은커녕 시부모 병시중을 들고 아이도 못 낳는 건 아닐까 싶어 선택을 망설인다는 여성의 이야기로 댓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소위 ‘여성혐오’ 논쟁까지 치닫고 있던데, 내가 보기에 그런 논쟁이 벌어질 만한 문제는 전혀 아니다. 여성이 남성의 경제력을 따지는 게 사회적 문제가 되듯 바라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왜 문제가 되지 않느냐’며 부글부글 끓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되겠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대개의 암컷들이 수컷들끼리의 싸움에서 이긴 수컷 즉, 강자와 짝을 이루지 않던가 말이다.

인간세계에서의 ‘힘’은 경제력을 뜻하니 분명 여성이 강자인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유독 인간만 유별난 게 아니다. 사실 같은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를 꺼내자면 배우자의 집안이나 배경을 따지는 건 그네들이 더한 경우도 의외로 많다.

다만 ‘결혼은 현실’이라며 ‘연애할 사람’과 ‘결혼할 사람’을 구분지어 생각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여자나 남자나 이런 생각에는 좀 문제가 있다.

그건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쾌락용 이성’과 ‘생존용 이성’으로 나눈 기준에 불과할 뿐이지 않은가. 그럼 잘 나가는 ‘결혼용’과 결혼한 사람은 그가 어느 날 빈곤에 처해졌을 때는 어떡할 것인가. 인생은 한 방이다. 복권애호가들이나 쓸 법한 표현을 여기서 쓸 줄은 몰랐는데, 정말 그렇다. 현재 황금가도를 달리다가도 훗날 훅 나가떨어지거나, 반대로 현재 바닥을 기다가도 훗날 일약 스타로 뜨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인 게 사람 인생이니 말이다.

만약 내가 사연의 주인공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사랑으로도 극복 안 될 것 같은 고민이라면 주저 말고 떠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그 정도 사랑이야 언제든 ‘집안으로 고민 되지 않을 누군가’를 만나서 또 빠질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말이 다소 독한 충고로 들린다면 고민의 기준을 바꾸어보는 게 어떨지 조언해주고 싶다. 너무 작가스러운 추상적인 말이라면 유감이지만 정호승 시인의 시 첫 머리를 빌려 써본다.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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