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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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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9  02: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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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17)

소년, 청년, 사나이, 그 예비 된 어린 남자가, 반편이 용남의 자식이 저렇게 자라고 있다. 망가져버린 제 어미의 콩팥을 수술해주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이모들을 찾아 나선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

바보 용남이 보다 못한 년들이라는 아버지의 구박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그녀는 저도 몰래 마르고 건조한 자신의 가슴을 끌어안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모 내일 진짜로 저회 집에 가실 거죠?”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지 깊이 잠든 줄 알았던 아이가 양지를 보고 물었다.

“왜 믿어지지 않니?”

“언지예.”

아이는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제 머리통을 통통 치더니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천장을 올려다보는 얼굴이 어른스럽게 침중해진다. 가슴위로 단정하게 모아 잡은 두 손이 제법 듬직해 보인다.

“기도하는 거야?”

“예. 전 하느님이 꼭 도와주실 줄 알았심더. 우리 엄마처럼 착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걸 하느님도 잘 아실텐께예.”

아이는 몸을 엎드리더니 낮에 양지가 사준 옷과 가방을 확인하듯 다시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면서 양지를 보고 웃는다.

“저는 어릴 때 울엄마한테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예. 이렇게 이모도 찾게 되니까 엄마가 아픈 게 영 안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아까 목욕을 하면서도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계속 팔을 때려 봤다니까요.”

아이는 시골 소년 특유의 순진함이 드러나게 꾸밈없이 자기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이의 이름도 모른 채였지만 새삼스레 물어보기도 쑥스럽다. 그만큼 쌓여진 게 없으니 살가운 이모 노릇이 서먹했다.

즐거운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눕는 아이를 보다가 양지는 호남의 손 전화번호를 눌렀다. 역시 불통이었다. 아이를 따라서 시골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고 있는 것이 담겨있지 않은 빈손을 내밀 수는 없다. 호남은 여행기분이 상할까봐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있는 것 같다.

호남아 사람은 죽으면서 무엇을 남기는가. 아버지가 강조하던 답이 오늘 나왔다. 사람은 후손을 남겨서 자신의 대를 이어 숙원을 전승해 나가는 거였어. 어느 동지가 자신의 이세만큼 완벽한 상속을 해서 업적을 마무리해 주겠니. 오늘 용남언니의 아들이 찾아왔어. 병들어서 죽어가는 제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유전인자가 같은 이모들을 찾아 왔단다. 나는 아직 이렇게 감격스러운 일을 보지 못했어. 난 사실 저 애의 엄마가 너무 부럽다. 이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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