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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82> 보성 오봉산(칼바위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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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9  22: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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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칼바위.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오봉산(392m), 일명 칼바위산에 끌린 것은 기묘함과 신비함 때문이다. 칼바위라는 이름에서 보듯 날카롭게 생긴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치켜서 있다. 더 자세히 보면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알이 땅에 떨어져 그 충격으로 쩍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괴이하고 기묘한 광경이다.

칼처럼 갈라진 정중앙에는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언제 어떤이가 올라가서 불상을 새겼을까. 또 저렇게 위험한 곳에다 마애불을 새겨야 했던 사연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높이가 족히 20m는 돼 보여 공중부양하지 않으면 조각하기가 어려운 신비함이다. 더 신기한 것은 보통 때는 눈을 씻고 봐도 마애불이 잘 보이지 않다가도 아침 햇살이 바위틈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면 윤곽이 살짝 드러난다. 전남대 박물관이 현지조사를 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조사팀은 고려전기에 조성한 작품으로 추정했다.

이 외에도 이 산은 온통 바위봉우리와 바위벽들이 둘러쳐져 있어 자연미가 빼어나다. 칼바위, 조새바위, 병풍바위, 버선바위를 비롯해 마당굴, 정제굴 등 크고 작은 동굴이 많다. 그 굴 중 하나 풍혈은 여름에 찬바람, 겨울에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인공미도 있다. 진안 마이산 탑사 돌탑과 비슷한 40여기의 탑이 이 산 곳곳에 서 있다. 오봉산의 이름은 흔한 말로 봉우리가 다섯개여서 그렇게 부른다. 같은 이름이 전국에 40개에 달한단다. 그래서 종합선물세트 같은 기묘함을 간직한 이 산은 ‘특오봉산’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등산로: 해평저수지 지나 칼바위 주차장→칼바위→능선→오봉산 정상→용추폭포→화장실→칼바위 주차장.
 


오전 10시, 칼바위 주차장이 등산로 초입이다. 작은 주차장 옆에 용추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있고 그 위에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취재팀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칼바위로 곧바로 가는 오름길을 택했다. 20여분 쯤 올랐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 옹기깨지는 소리가 난다. 구들장 같은 납작한 돌이 서로 성글게 얽혀있기 때문,

산 사면에는 마이산 탑사의 돌탑과 같은 낯설지 않은 10여개의 탑들이 장승처럼 우뚝 우뚝 서 있다. 조형성이 떨어지나 그래도 정성을 다해 쌓은 공이 돋보인다. 구멍이 뚫린 것도 있고 옹기형, 돔형, 첨탑형 등 다양한 종류의 탑이 각기 제 모습을 뽐낸다. 꼭대기에 솟대를 세운 톨탑 뒤로, 푸른 창공에 뜬 창백한 낮달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돌탑은 기남마을 이장이 보성군에서 지원을 받아 쌓은 것들이라고.

조금 더 올라가면 동굴 속 풍혈을 만날 수 있다. 밀양의 얼음골처럼 겨울에 따뜻한 바람 여름에 찬바람이 불어 나온단다. 신령스러운 산맥의 정기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이를 쐬면 몸에 기운이 돌고 머리가 총명해지며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풍혈을 떠나 한 사람만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돌탑문을 돌아서 오름길을 재촉한다. 발밑에 옹기깨지는 소리는 여전하다. 큰 바위벼랑 밑 가장자리를 따라 돌면 무슨 보물에 이끌린 듯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베틀굴이라는 곳인데 칼바위를 볼 수 있는 비밀의 문이다.

 

   
칼바위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두꺼비가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우선 칼바위라고 부르는 거대한 바위는 오히려 두꺼비가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에 가깝다. 햇빛이 들어오는 곳과 들어오지 않는 곳의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해 제 모습을 알아보기가 난해하다. 고려 때 새겼다는 마애불을 찾았으나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다. 되돌아 나와서 바위벼랑을 한바퀴 돌면 장제굴로 연결된다. 굴 안에 30여평 규모의 광장이 나오고 앞에서 봤던 칼바위는 시선변화에 따라 약간 다르게 보인다.

통일신라 때 고승 원효대사가 불도를 닦았다고 전한다. 이곳에서도 마애불은 잘 보이지 않았다. 줌렌즈로 클로즈업 한뒤 정확한 위치를 알고 다시 봤을 때 거기에 있었다. 기나긴 세월 풍화로 마모돼 선명하지는 않았으나 눈과 귀의 모습을 어렴풋이 볼수 있었다.

오전 11시, 장제굴을 나와서 50m정도 더 올라가면 칼바위 전체를 볼 수 있다. 깨어진 알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돌꽃을 피운 듯도 하다.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는, 그냥 신화의 고향쯤 된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눈앞에 멋진 풍광이 전개된다. 득량만과 고흥반도 다도해, 섬을 잇는 배들이 미끄러지듯 달려 나가는 풍경, 드넓은 바다와 넓은 농토를 끼고 있는 청암마을은 평화로워 보인다. 그 옆에 ‘비봉공룡공원’ 조성지가 있고 또 그 옆에 일제시대 때 바다를 메워 조성한 530만평의 거대한 득량만 간척지가 펼쳐진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따라 1.5㎞ 주행하면 오봉산 정상이다. 좌우로 바다와 바위산을 번갈아가면서 조망할 수 있다. 오른쪽 더 멀리에는 이 산과 형제인 작은 오봉산이 구름 속에 가려있다. 뒤돌아보면 곳곳에 거대한 암괴가 띠를 이뤄 산을 형성한다. 거의 암산이라고 보면된다.

오전 11시 45분, 오봉산 정상,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소재한다. 득량은 양식을 얻는다는 뜻.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왜적과 싸울 때 이 지역에서 군량미를 얻은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1914년 군면 통폐합 전에 그런 지명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 후 바다를 막아 넓은 간척지가 생기고 많은 곡식을 얻게 돼 생긴 이름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이 산에 빨치산 이야기도 전해온다. 1949년 10월 빨치산들이 보성경찰서를 습격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과의 격전 끝에 100여 명의 빨치산이 오봉산으로 도망갔으나 추격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사살되고 30여명만이 겨우 산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용추계곡 용추폭포.


골짝으로 내려가 오후 1시 41분, 용추폭포에 닿는다. 하나의 물줄기가 폭포 상단에서 두줄기로 갈라진 뒤 떨어진다.

옛부터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낸 곳인데 120년 전 6월 몹시 가뭄이 들어 유원규보성군수가 기우제를 지내기위해 용추폭포를 찾았으나 큰 뱀이 길을 막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산 아래로 내려가서 목욕재계(沐浴齋戒)한 뒤 기우제를 지냈더니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 문인 오봉 정사제는 이곳에서 정진하면서 용추석벽이라는 시를 남겼다. 협곡에 들어가면 옹기 속에 앉은 것처럼 하늘이 조막만해진다. 이 험한 곳에도 고운 최치원이 다녀갔던 모양이다. 암벽 오른쪽에 고운의 시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생경한 이름들만 보일 뿐 찾을 수가 없었다. 보성군에 확인해도 모르는 눈치였다.

용추계곡 왼쪽 절벽으로 올라가면 고려 초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개흥사지가 있다. 높이 2m에 가까운 돌도가니와 철마 2개, 불상 3개가 나왔다 한다.

협곡을 나와 하산하는 길에서 양 옆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조금 과장해 미 서부 그랜드캐니언을 닮았다. 해질녘 붉은 노을이 맞은편 석비레에 달라붙으면 황홀경이 된다. 보성군이 오봉산의 진면목을 알아본 모양이다. 사업비 300억원을 투입해 관광체험문화단지로 조성하는 ‘오봉산권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이 일대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새로운 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2021년까지 구들장 온돌문화 체험단지를 짓고 7㎞, 5구간의 생태탐방로, 15㎞ 구간의 트레킹 길을 새로 설치하며 하늘다리와 인공폭포도 만들계획이다. 오후 2시 13분에 산행이 끝났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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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과 하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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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마애불
칼바위 중앙에 새겨진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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