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자유학기제를 위한 발전적 성찰에 부쳐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아침논단] 자유학기제를 위한 발전적 성찰에 부쳐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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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청소년 시기에 집중되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입시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인성을 중시하고 자기계발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은 진로ㆍ직업체험, 예술ㆍ체육수업,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창의력을 계발하고 미래 세대가 기대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자양분을 얻게 된다. 곧, 인공지능(AI)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우수한 인재로 키우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목표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는 본 제도의 방향에 공감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한다.

다만,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하기에 앞서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토대로 이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자유학기제를 직접 운영해 본 현장 교사를 포함하여 학부모, 전문가 등으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필시험 폐지’, ‘주입식 교육에서 체험 교육으로 전환’, ‘창의력 육성’ 등의 슬로건 하에 시행된 제도인 만큼, 이에 대한 성찰적 평가는 발전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는 시점이다. 인적자원 양성이 국가 경제의 주요 활로인 우리의 현실에서 이에 대처하고 선도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교육계가 감당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험적인 교육제도의 도입으로 전문영역에 대한 지식이나 창의력과 같은 핵심 역량이 길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그간 시행된 자유학기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체험 주제와 시설의 문제 즉, 중학생들이 체험할 교육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중학생의 창의력 계발을 위하여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체험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체험을 하는 장소, 시설 그리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기관과 인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 동네에는 경찰서, 소방서, 보건소 말고는 갈 데가 없다”는 학부모의 하소연이 실려 있다. “인원 제한 때문에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아이들은 과수원에 사과 따러 다녀왔다”는 인터뷰도 실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우선이며 자유학년제로의 확대는 그다음이다.

둘째는 무시험의 문제이다.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수업의 부담도 줄어드니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허용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제도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성장시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융복합의 스마트 시대에서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은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지만 지식이 없으면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풀어졌더니 공부 습관이 잡히지 않아서 2학년에 올라가 공부가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AI와 같은 높은 융복합의 기술을 점점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은 더 융합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의 깊이를 생각해 보아야 하며, 무시험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성장한 어린 학생들의 사고력과 판단력이 얼마나 깊이 있고 옳을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적당한 스트레스가 주어져야 사고력이 증진되고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강조하건대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방향은 옳다. 다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나 이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은 없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분석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AI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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