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2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21)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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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20)

달려간 아이는 대뜸 어른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와 우리 동생 때리십니꺼!”

“야 이놈아, 니 동생이 맞을 짓을 했으이 그렇지. 여기, 여기 이것 봐라.”
 화가 나서 씨근덕거리던 남자는 자기 옆에 서 있는 꼬마아이를 끌어내 세우더니 여기 저기 상처 난 부위를 지적했다. 코피가 흐르고 이마켠에는 혹도 뚝 불거져서 퍼렇게 멍도 들었을 듯한 것이 보호자가 화내고 나설만큼  많이 당한 것 같았다. 그 남자아이를 힐끗 바라 본 용재가 제 옆에 서서 흙투성이 된 옷과 머리카락을 털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네가 그랬느냐는 힐난의 눈길을 보냈다. 계집애가 당차고 똘망해 보이는 얼굴을 반짝 들면서 기를 세웠다.
“절마는 내만 보모 안 놀리나. 우리 엄마가 바보, 천치, 축구 등신이라카고―”
 계집애는 말하다말고 북받치는 제 설움으로 울음보를 터뜨렸다. 제 오빠 용재의 등을 머리로 박으며 주먹으로 쥐어박는 오열이 사뭇 저미는 억울함의 표현이다. 이 감성을 전달받은 용재가 제 보호자 옆에 서서 득의만면한 미소를 머금고 흥미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까의 그 남자아이를 세차게 뒤로 밀어버렸다. 서슬에 마음 놓고 서있던 아이가 뒤로 벌렁 넘어지면서 아앙 소리를 지른다. 당황해서 얼른 아이를 일으켜 세운 어른이 맹수처럼 사나운 표정으로 용재를 향해 서서 노려보았다. 보호자가 엄연히 보는 앞에서의 기습이다. 당돌한 어린놈의 어른에 대한 도전이라 격앙 된 분노가 얼굴을 더 험상궂게 일그러뜨려놓았다.
“야, 이 놈 자식, 이게 뭔 짓이고!”
“아저씨도 내 동생 그랬잖아예!”
 용재의 목청도 지지 않고 거세어졌다.
“내가 괜히 그랬나? 니 동생이 맞을 짓을 했으니 그랬제. 이 꼴을 봐라 이 꼴을! 가시나가 싸움닭이가 뭐꼬. 지보다 큰 아를 요 모냥으로 패고.”
 아이를 상대해서 다투는 자기를 양지가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한 남자가 자기변명을 하기위해 사내아이의 상처 난 부분을 여기저기 증거로 가리키면서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용재의 고개는 더 빳빳하게 쳐들렸다.
“내 동생은 싸움꾼 아입니더. 우리 동생한테 사과 하이소.” 
“뭐시라꼬? 이놈이. 어른한테 보자보자 하니 맹랑하네.”
 아이의 곧고 야무진 항의에 어른이 선웃음을 날렸다.
“내 동생은 절대 남 먼저 때리는 아 아입니더.”
“이 놈아, 아아를 이 지경으로 맹글었는디 가만히 있으란 말이가? 카악 쎄리 그만!”
 때릴 듯 손을 쳐드는 험상궂은 어른의 으름장에도 용재는 동요하는 빛 없이 또박또박 제 할 말을 한다.
“아저씨도 자 편드는데 내 동생은 왜 울 엄마 편 안 들어요. 윈인제공은 절마가 먼저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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