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곤란 비속어들
전범구(k-water 경남서부권관리단 부장)
소통 곤란 비속어들
전범구(k-water 경남서부권관리단 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1.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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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구
프리랜서 무명 작곡가인 아들의 ‘곡’이 제대로 팔려 생계유지는 하고 있는지 항상 걱정이다. 작년에 만든 노래가 조금씩 인기를 끌어 이젠 생활형편이 좀 나아졌나 싶어 ‘요즘 상황이 어때’ 하고 카카오톡을 보냈더니, ‘개이득…,’이라는 답장이 왔다.

일반적으로 ‘개’자는 어느 단어의 접두사로서, ‘개××’등과 같이 욕할 때 사용되거나 ‘개나리’, ‘개복숭화’,‘개기름’ 등과 같이 허위·가짜·유사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필자는 순간 당황했다. 이득·수입이 없다는 건지, 아니면 아빠한테 욕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직원 왈, 어감은 좋지 않지만 ‘개이득’, ‘개놀람’, ‘개졸려’ 등이 10~20대 사이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개이득’ 은 정말 이득, 또는 정말 좋다 라는 뜻이고, ‘개놀람’ 은 완전 많이 놀랐다. ‘개졸려’ 는 너무 졸린단 의미란다. 어느새 ‘개’라는 접두어가 부정적 의미에서 ‘완전’, ‘많이’, ‘너무’ 등 등의 부사처럼 어떤 상태나 기분 등의 표현을 강조할 때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아들 생활형편이 나아졌네 하는 안도함과 동시에 갑자기 ‘꼰대’가 된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바로 ‘갓’ 이란 말이다. 영어 god의 의미와 함께 쓰여 좋은 일, 대단한 일, 멋진 일 등을 한 사람이나 업체 등에 붙여 쓰인다. ‘갓뚜기(오뚜기)’ , ‘갓재석(유재석)’, ‘갓연가(김연아)등이 그 예이다. 유재석의 경우에는 유느님(유재석 하느님)으로도 부른다.

과거부터 접두어로 가장 많이 쓰인 말은 바로 ‘물’이 아닌가 싶다. 희석·쉽다·무소신·무시 등의 의미로 사물·직위 등의 명사 앞에 붙여 많이 사용된다. ‘물수능’이란 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뜻이고 1980년대 후반에는 소신과 줏대 없는 대통령을 가리켜 ‘물 대통령’이란 말도 유행했었다.

물과 함께한 30년, 조금은 무겁지만 의미 있고 품격 있는 ‘물’ 관련 사자성어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소개하고 싶다. 이는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 하여 노자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선’이란 뜻이다. 정체 모를 소통 곤란의 비속어가 난무하는 세태. 사람들이 한번쯤 기억해줬음 좋겠다.


전범구(k-water 경남서부권관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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