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춘추
명강(名講)의 허(虛)와 실(實)
김형진(시조시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15  16:07:0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김형진

국어사전에 명강(名講)은 이름난 강의, 명강사는 강의를 잘 하여 이름난 강사로 되어있다. 오늘은 필자가 처음부터 정년까지 몸담았던 교직에서의 명강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같은 교직 종사자라 할지라도 개인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일급정교사, 교감, 교장에 이르는 자격연수와 직무연수 등이 이루어지게 되고 장학사, 장학관에 임용되고자 하는 사람은 거기에 따른 연수를 더 받아야 한다.

연수를 받다 보면 명강사로 불리는 강사들이 더러 있는데, 그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청산유수로 이어가는 강의에 수강자들은 감탄하고 대부분 매료된다. 그런데 연수를 다니다 보면 명강사이기 때문인지 같은 강사가 하는 강의를 여러 차례 들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필자와 같이 평생을 같은 직에 종사하다 보면 너 나 없이 겪게 되는 일인데 아무리 명강사라 할지라도 두 번째 만나서 강의를 듣다 보면 그만 실망 할 수밖에 없다. 교재를 전의 것과 비교해 보면 어떻게 토씨 하나도 다르지 않고 똑 같은 내용일 수 있는 일인지 놀랍기도 한 것이다.

교재가 똑 같으니 그 명강사의 말씀 또한 똑 같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들었으니 확실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이 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친구의 말에 웃고 만 적이 있다.

두 번쯤으로 그치면 그래도 이해와 수긍이 갈 수 있는 일이지만 한 친구는 다섯 번 쯤 그 명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음에는 무슨 일화가 소개될 것인지, 미소는 언제쯤 띠는지 조차 예측이 가능했고 또 그때마다 적중했다고 술회한 적도 있다.

처음 강의를 듣던 시기와 서너 번째 듣던 시기가 10년도 훨씬 넘었다면 이건 그냥 웃고 말 일이 아닐 것이다. 명강사라는 미명으로 상당수의 수강자가 반복해서 듣는 그 고통은 헤아리지 않는 강사가 강의 내용을 하도 반복하는 바람에 완벽하게 외워서 청산유수로 진행한다고 명강사라고 한다면 만인이 수긍할 수 있는 일일까?

이건 연수를 주관하는 기관에서도 강사를 선정할 때 참고해야할 사항이라 생각하고 그런 명강사가 극히 일부라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간혹 명강사로 이름난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제법 많은 수강자가 손을 들었을 경우 난처한 얼굴을 하는 강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강사는 그나마 인간적인 강사라고 편들어 주고 싶다.

김형진(시조시인)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