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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성희롱 44.6%가 회식자리서 발생[시민기자]직장내 성 문화 인식개선 절실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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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5  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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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가명, 29세) 씨는 직장 내 성추행으로 인해 퇴사를 고려 중이다. 남성인 팀장은 매번 “여자가 없는 술자리는 술자리가 아니다”라며 강압적으로 나섰고, 팀장 때문에 은희 씨는 몸이 아픈 날조차도 회식을 빠질 수 없었다. 회식이 유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술 따르기는 물론, 온갖 성희롱 언행이 난무했고, 영업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와의 술자리에 불려간 날도 있었다. 팀장은 술에 취하면 은희 씨의 엉덩이나 허리 등을 만지려고 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은희 씨는 “회사는 나를 직원이 아니라 그저 한 여자로 대할 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국내 유명 가구기업에서 신입사원 한 명을 대상으로 몰카를 찍고 성추행을 넘어 성폭행까지 한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해당 기업은 피해자인 신입사원에게 ‘풍기문란’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고, 가해자와 ‘합의하에 한 것’이라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압적으로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대중을 경악시켰다.

5년 사이,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는 2배 이상 급증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발생장소는 회식장소가 44.6%, 직장 내가 42.9%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500명 중 50.6%는 성희롱 행위자가 직장상사였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집단 속에 있고, 남성 젠더 감성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다.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도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건수 552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단 1건 뿐이었다. 성희롱이라고 느끼는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는 성희롱 피해자의 78.4%에 달했다. 그 중 48.2%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회사가 피해자들에게 대처하는 방식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에 대처한 응답자 54.4%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가장 큰 이유가 ‘성희롱 행위자에게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은희 씨 역시 참다못해 회사에 진정을 냈다. 팀장은 “예쁘고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데 친한 척도 못하냐?”며 노발대발했다. 몇몇 회사 사람들은 은희 씨를 두고 예민하고 피곤한 사람이라며 피했고, 여직원들조차 “왜 회식자리에서 팀장이랑 가까이 앉았냐?”며 책임을 은희 씨의 탓으로 돌렸다. 가해자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박혔다.

참고 참았던 여성들은 SNS에서 폭발했다. 글을 올릴 때 ‘나도 성폭행·성희롱 피해자’라는 뜻을 담은 해시태그 ‘#MeToo’를 붙이는 ‘미투(#MeToo) 운동’이 일어났다. 할리우드에서 ‘신의 손’이라 별칭을 가지고 있는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악행에 대해 40명이 넘는 여배우들의 폭로가 줄줄이 이어졌고, 현재는 스포츠계까지 확산된 상황. 국내에서도 여직원을 성폭행한 문제의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거나, 성희롱·성추행 경험담을 공유하는 움직이 포착됐다. 대학원생 S씨는 본인의 SNS계정으로 “모든 여성들은 잠재적인 성추행 피해자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강간문화가 이제는 근절되어야 할 때”라고 일침을 날렸다.

직장 내 성추행을 겪고 4년 동안의 긴 투쟁 끝에 승소,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민함은 건강한 용기”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문제는 문제를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는 용기, 눈 감아 오던 것을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는 현안이 점점 커진다면 작게는 직장 크게는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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