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넘치는 사회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정이 넘치는 사회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1.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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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산하에 단풍물이 굽이쳐 흐르더니 어느새 조락의 문턱을 넘어서서 한해를 갈무리해야 할 계절이 왔다. 하나의 단풍잎이 하늘거릴 때 쉬이 떨어질 것을 알아차리듯이, 사람만이 아니라 미물인 뭇 벌레들도 바람의 속성을 감지하는 더듬이를 지녀 월동할 채비를 위해 어디론가 기어들어 간다. 한자의 바람 풍(風)자 안에 벌레 충자가 있는 것을 보면 이를 두고 만든 글자인 듯하다.

우리의 삶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점점 웅크려드는 찬 날씨에 어려운 이웃을 챙겨보는 온정의 미덕이 많았으면 한다. 바람처럼 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정을 통하여 따뜻한 가슴으로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다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묵은 장맛 같은 정이 있어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끈기, 그것을 알지 못하면 자신을 망각하고 사는 것이기에 인간관계의 도덕성 회복이라는 것도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 한다. 시골 살이엔 지금도 이웃 담장 너머로 인정이 담긴 먹을거리들을 주고받는 아낙의 정겨운 그 모습은 마치 자석이 쇠와 쇠를 끌어당기듯이 이웃사촌 간 보이지 않는 미풍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옛 선현들은 안태본인 고향에 대한 그리운 정을 잊지 못해 벼슬길에 올라서도 사직 후엔 귀향하여 귀거래사를 읊으며 여생을 보냈다. 하물며 짐승도 월조소남지越鳥巢南枝라 하여 남쪽에서 온 새는 언제나 고향 가까운 가지에 앉아 있다는 뜻으로 고향을 잊기 어려움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우리 인간도 알 수 없는 무한의 정에 끌려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너무 각박한 생활환경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애향심은 잃은 지 오래고, 특히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이기심이 강한 반면 이타심은 더 부족한 것 같다. 물질 만능의 풍요 속에 소중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절실히 요구되며 미래를 지향하는 구심점이 없는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하찮은 물건이지만 조상들이 물려준 유물, 그것이 값나가는 것이 아닐지라도 소장하여 귀히 여길 줄 아는 세대를 살아온 우리다. 문명의 틀에서 볼 때 투박하면서도 전통적인 물건들에 애정이 가는 것은 그것이 비단 오래되어서 좋다하기 보다는 선조들의 손때가 묻고 체온이 깃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상의 세월을 견뎌낸 것이기에 더 값져 보이는 것처럼 서로 부대껴 살다보면 은연중 그런 정이 샘물 솟듯 넘쳐나는 통섭의 사회가 되리라 염원해 본다.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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