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 3년…소비자 불만은 여전
개정 도서정가제 3년…소비자 불만은 여전
  • 연합뉴스
  • 승인 2017.11.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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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책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21일로 시행 3년을 맞는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11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판계와 서점, 소비자단체가 현행 제도를 앞으로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법 개정을 거쳐 2020년 11월까지 연장 시행된다.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연장 시행이 결정됐지만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격경쟁 사라지자 고사 위기 중소서점 살아나

 도서정가제는 무엇보다 서점과 출판계에 만연했던 가격 할인 경쟁이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특히 온라인서점에 밀려 고사 상태였던 중소형 서점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출판인회의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내놓은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향후 방향’ 연구 보고서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를 “출판산업의 생산 측면보다는 ‘유통’의 측면에서 나타난 개선 효과”로 평가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6 한국서점편람 분석결과’에 따르면 책만 파는 순수서점은 2015년 말 현재 1559개로 2013년 말보다 66개, 4.1% 줄어들었다. 서점의 감소세는 여전하지만 2011년 대비 2013년 감소폭 7.2%보다는 감소세가 둔화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오프라인 서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도서정가제 강화 이후 전체 판매 종수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35.9%로 감소(31.7%)보다 4.2%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신간 판매 비중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47.1%로 감소 20.5%보다 26.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책값 하락? 소비자 실감 어려워

 책값은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소폭 내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교보문고 납품도서 기준으로 신간 단행본 평균 정가는 2014년 1만9천101원에서 2015년에는 1만7916원, 2016년 1만8108원으로 1천91원(5.7%)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출간 후 1년6개월이 지난 구간에 대해 출판사가 정가를 다시 매기는 방식으로 할인을 허용한 재정가 제도를 통해 1만285종의 책 가격이 3만99원에서 1만7646원으로 평균 41.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책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인회의 설문조사에서는 도서 가격을 일반 물가와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응답이 59.2%로 ‘보통’(37.3%)이나 ‘약간 싼 편’(2.9%), ‘아주 싸다’(0.5%)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런 인식은 도서 구입의 감소로 이어졌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2년 동안 도서 구입 권수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31.0%로 ‘늘었다’는 의견 13.4%보다 17.6%포인트 높았다.

 ◇재연장 논의 과정에 소비자는 소외…출판계 설득 노력 등 필요

 이번 도서정가제 연장 결정 과정에서 공론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단체가 참여하긴 했지만 소비자 불만이 상당한 상황에서 공개토론회 한 번 없이 10차례 회의만으로 연장이 결정되자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도서정가제 연장 결정은 개정 도서정가제의 공과를 평가할 기본적인 통계 자료조차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2015년과 지난해 자료가 대부분이며 올해는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출판계와 유통계는 이번 연장 논의 과정에서야 뒤늦게 “향후 연구조사를 통해 객관적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편법 할인과 중고책 유통 규제, 도서정가제에 전자책 대여 포함 여부 등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율협약으로 보완·개선한다’는 식으로 문제 해결을 뒤로 미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최대 15% 할인은 사실상 15%를 할인하라는 이야기와 같은 만큼 정가제라고도 볼 수 없는 애매한 상태”라면서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막가파식’ 할인 경쟁은 사라지기는 했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할인 시장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대표는 “결과적으로는 독자를 위한 정가제가 돼야 하는데 정부도, 출판계도 독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에 집중함으로써 완전도서정가제 실시의 혜택이 결국은 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정부와 출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직원이 도서정가제 시행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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