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작가 이외에 ‘명사여행가’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있다. 20대의 거의 모든 세월을 수많은 유명·저명인사들을 찾아 여행 다녔던 활동 때문이다. 세대와 성별, 종교와 사상을 불문하고 전직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음악가, 탤런트, 시인, 여행자, 수녀, 스님까지. 내게는 여러 명사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종종 가까운 친구들이나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명사들을 만나서 뭐가 달라졌는지 질문을 받곤 한다.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일단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의 가장 큰 변화는 이랬다.
우선 외적인 부분은 명사들과의 만남이 지인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팔자에도 없을 신문과 TV 같은 매스컴에도 등장하게 됐고 그 덕분에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청중 앞에서 강연할 기회들도 생겼다. 그렇게 이야기가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로 데뷔할 수도 있었다. 그분들을 만나 들었던 삶 이야기와 조언들이 힘든 상황을 버텨낼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돼 진취적인 전진이 가능했다.
그리고 외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내적인 부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예전에는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러다가도 ‘내가 감히 어떻게…,’ 하는 마음에 큰 꿈을 갖는 것이 무슨 건방진 생각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명사들 같은 큰 인물이나 나나 경남일보 독자들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이큐가 100주변이고, 능력도 몸과 머리를 쓰는 수준을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명사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사소한 일에 화내고 삐치고 웃고 설레며 그들의 욕구와 소망까지도 일반인과 큰 차이랄 게 없다. 이렇게 말하면 ‘그런 엄청난 분들을 놓고 좀 오만한 생각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명사들 자신께서 직접 털어놓은 사실이 그렇다. 그렇게 사람의 생각과 결정이란 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들로 포기를 택할 수 있지만, 또 반대로 마음만 먹으면 도전적인 시도로 내 자신에게 최고의 삶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분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도전을 망설이며 울상 짓는 사람이 있는가. 어쩌면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불확실한 불행으로 사서 우울해할 줄은 알면서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불확실한 행복으로 그냥 웃어볼 엄두는 못 내고 사는 것은 아닐까. 당신에게 용기의 씨앗이 파종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꽃피울 수 있다.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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