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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58>김유정문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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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1  0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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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한 김유정 생가.

◇김유정의 노란 동백꽃 사랑

‘점순은 나의 수탉을 때리고, 자기네 수탉과 나의 수탉을 싸움 붙여 놓고는 나를 약올린다. 하루는 일하고 있는 내게 감자 세 개를 주지만 자존심이 상한 내가 이를 거절하자, 점순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화까지 낸다. 나는 매번 싸움에 패하는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 보기도 하지만 점순네 수탉을 이기지를 못한다. 나의 부모는 점순네 땅을 부치고 있기 때문에 늘 굽신거리며 점순네를 칭찬하면서도 나에게는 점순이와 붙어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어느 날 나무를 하고 오는 길에 점순이가 또 닭싸움을 붙여놓았는데, 닭이 초죽음이 된 것을 보고 화가 난 나는 점순네 닭을 죽이고 만다. 겁먹은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점순이 나를 달래준다. 점순과 내가 함께 노랗고 알싸한 동백꽃 속으로 쓰러지면서 화해한다.’

작가 김유정이 쓴 ‘동백꽃’의 줄거리다. 우직한 ‘나’와 조숙한 ‘점순’이와의 사랑이야기를 해학적으로 엮어놓은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나’가 ‘점순’이의 사랑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어쩌면 김유정이 경험한 첫사랑의 아픔을 보상받으려고 한 심리가 이 소설 속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여읜 김유정은 대학에 들어가던 해에 어머니를 닮은 한 여자를 만난다. 김유정의 첫사랑인 판소리 명창 박녹주이다. 2년여 동안 네 살 연상인 그녀에게 광적인 구애를 했으나, 끝내 거절당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안은 채 고향인 실레마을로 돌아온다. 긴 세월 간절히 구애를 했지만 이루지 못한 그 사랑을, 소설 ‘동백꽃’을 통해 통쾌하게 이루게 된다. 바로 주인공 ‘나’는 점순이가 건네는 사랑의 공세(따끈한 감자)를 보기 좋게 거절하다, 나중엔 점순이의 강요에 의해 노란 동백꽃(생강나무꽃) 속으로 넘어지면서 사랑을 받아주게 된다. 첫사랑의 실패로 인해 마음 속 깊이 상처를 안고 돌아온 김유정을 따뜻하게 위무해 준 곳이 실레마을이다. 김유정의 첫사랑이 박녹주였다면 마지막사랑은 고향과 문학이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강생들과 함께 김유정의 문학의 산실이자 힐링의 공간이었던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조성된 ‘김유정문학촌’을 찾아 그의 소설 속에 빠져보고, 누구나 하나쯤 가슴 깊은 곳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사랑의 아픔을 힐링하기 위해 김유정을 만나러 떠났다.

 
   
▲ 김유정 생가 뜰의 단풍든 생강나무.


◇현실과 소설이 어우러진 공간, 김유정문학촌

춘천 시내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김유정문학촌, 입구엔 지금은 폐선이 된 기찻길과 구 김유정역이 있고, 역사 바로 옆에는 열차 두 량이 금방이라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듯한 모습으로 멈춰 서 있다. 거기서 200여 m를 가면 새로 만든 전철역인 김유정역과 잘 꾸며놓은 공원이 있다. 김유정문학촌이라! 작가나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은 많지만 문학촌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지만 김유정역을 지나 문학촌 입구로 들어서서 안내판을 본 뒤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김유정우체국을 비롯해 모든 가게엔 김유정, 동백꽃, 봄봄 등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한 작가의 삶을 기리고 그의 문학작품을 보관해 놓은 문학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 김유정이 태어난 생가를 비롯해 김유정기념관, 전시관과 시청각 교육을 겸한 김유정이야기집, 김유정 기념전시관, 야외공연장, 민속공예체험방,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과 길을 복원해 놓은 실레이야기길, 그리고 해발 652m 금병산 기슭과 골짜기를 모두 문학의 무대로 만들어서 8만여 평의 마을 전체를 문학촌으로 조성해 놓았다. 초가지붕으로 복원해 놓은 생가에 들어서자,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닭싸움을 붙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모형물(模型物)부터 눈에 띄었다. 보는 순간 소설 속의 장면들이 연상되어 한동안 작품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소설 ‘동백꽃’ 속에 나오는 노란 동백꽃은 이곳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꽃을 그렇게 부르는데, 소설 속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담장을 따라 온통 생강나무로 울을 쳐 놓았다. 지금은 노랗게 단풍든 생강나무가 탐방객들을 반겨주었다.

연밥만 앙상하게 남은 연못과 정자를 지나자 김유정이 실제 살았던 집을 복원한 생가가 나타났다. 마당귀에는 책을 읽고 있는 김유정상이 있고, 마당 뒤켠에는 소설 ‘봄봄’의 내용인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고 그랬니. 왜 날보고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하며 ‘장인될 사람과 내’가 키가 자라지 않은 점순이를 두고 결혼을 시켜달라 못 시켜준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해 놓은 조형물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일제시대, 억압받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굶는 날이 밥 먹는 날보다 더 많았던 시절에 김유정은 웃음과 해학으로 백성들의 아픔을 달래 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기와집 골격에다 초가를 얹어놓은 생가, 밥 짓는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뒤란에 있는 굴뚝을 나지막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헐벗고 주린 이웃을 배려하는 뜻이 잘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가 옆 김유정 기념전시관에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집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닭싸움을 붙이는 장면.


◇김유정의 꿈과 사랑이 서린 실레마을

현실의 공간이면서 소설 속 장면들을 형상화시켜 놓은 상상의 공간이기도 한 김유정문학촌은 탐방객들로 하여금 ‘동백꽃’과 ‘봄봄’과 같은 명작 속으로 들어가 잠깐만이라도 세상을 잊고, 티없는 웃음과 눈물을 머금게 하는 힐링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금병산에 묻힌 마을의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해서 실레(시루)라 불렀다고 한다. 열 살도 되기 전 여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을 보듬어준 고향이면서 문학의 산실이 된 실레마을. 지금도 약간은 어리숙한 웃음과 해학으로 탐방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아픔을 달래주는 곳, 김유정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이 서려 있어 더욱 아름다운 실레마을이 노랗게 가을로 영글어가고 있었다.

/박종현(시인·경남과학기술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소설 _봄봄_에서 점순이의 키를 재며 말다툼하는 장면
소설 ‘봄봄’에서 점순이의 키를 재며 말다툼하는 장면.
옛 김유정역의 모습
옛 김유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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