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어떤 권력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어떤 권력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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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정책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키로 했다. 최근엔 고용노동부가 제빵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 본사에 가맹점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압박, 통신요금 인하 등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지전능한 신(神)이 아니다. 자유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명령한다고 해서 시장경제가 그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제현상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라는 저서에서“개인(민간)의 일을 정부의 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결국 재앙과 독재로 귀결되고 만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야기된 재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18세기말 프랑스 혁명기의 막시밀리앵 드 로베스피에르 사례다. 그는 권력을 잡자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반적인 생필품 가격을 통제했다. 대중은 이에 열광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생필품 가격이 오히려 폭등해 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대중의 열광은 분노로 바뀌었고, 로베스피에르는 실각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1958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후 최고 권력에 올랐다. 그는 농공업 증산을 목표로 삼아 ‘대약진운동’을 추진했다. 어느 날 농촌을 시찰하다 참새가 곡식 낱알을 먹는 모습을 보고 참새를 없애야 식량이 증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새 박멸을 지시했다. 대륙 전역에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해충이 창궐하여 대흉작을 맞았다. 수 천 만명이 굶어 죽는 대재앙을 겪었다.

독일이 1970년대 중반 이후 고실업 저성장 상태에 빠져‘유럽의 병자’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경직적인 노동제도와 복지국가 이상을 실현하려한 각종 반시장적인 제도 때문이었다. 2003년‘하르츠 개혁’으로 다시 유럽의 강자로 부상했다.

스웨덴이 50년 가까이 침체에 빠진 이유도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 실현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과다하게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세기말 무렵 자유 시장경제체제로의 구조개혁을 단행하면서 스웨덴 경제는 살아날 수 있었다.

영국이 1960~70년대 심각한 경기침체와‘영국병’을 앓았던 원인도 국가주도적 경제정책 때문이었다. 영국경제는 1979년 집권한 마거릿 대처 수상이 추진한 공공부문 개혁,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개혁, 재정지출 억제 등에 힘입어 다시 살아났다.

미국이 1970년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것도 방만한 재정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복지정책과 노동자 과보호정책을 쓰고, 대량의 화폐를 발행한 탓이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자유 시장경제정책을 시행하자 경쟁력이 회복됐다.

우리나라도‘하이에크 경고’에서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개입할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잘 가려 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부는 국방, 외교, 치안, 공공재 등 공공부문에 매진하고 민간부문은 가급적 시장기능에 맡겨 시장경쟁력과 경제활력을 부양해야 한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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