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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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민간 석유회사 로열 더치 쉘
 
로열 더치 쉘

 

쉘의 역사는 1833년 마르쿠스 사무엘이 영국 런던에서 고미술과 골동품, 동양의 조개를 파는 가게를 연데서 시작되었다. 1870년 사무엘이 죽자 극동 산 바다조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두 아들 마르쿠스 주니어와 사무엘은 런던과 일본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이들은 러시아산 석유를 취급하는 계약을 따내면서 극동에 석유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엑슨의 전신)은 아시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심한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있었는데, 등유를 금속제 용기에 담았던 스탠다드에 맞서 쉘의 기름운반선은 주요 항구에 건조한 저장탱크에 펌프로 기름을 선적하였다. 운송비의 절감으로 사무엘은 경쟁자들이 파산하는 가운데 스탠다드의 합병 제의를 거부하고 1897년 사무엘은 쉘 운송 무역을 설립하게 된다.

한편, 아일코 질커라는 네덜란드 사람이 지금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1885년 석유를 발견했고, 그 유전 탐사를 위해 로열 더치를 1890년에 설립했다. 젊은 헨리 데터딩이 1896년에 로열 더치에 합류했고 극동 지역 판매회사를 세웠다. 아시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의 와중에서 1900년 데터딩은 로열 더치의 사장이 되었고, 3년 후 데터딩과 사무엘, 로스차일드가는 아시아 석유라는 석유판매 연합체를 극동 아시아에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는 쉘 운송과 로열 더치의 유통망 및 판매조직을 결합하여 전 극동 지역을 관장하였고, 동인도 생산품의 대외 판매 대리점 역할을 하였다.

다른 석유회사들, 특히 스탠다드 오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헨리 데터딩이 염원했던 합병이 불가피해지게 되었다. 1907년, 로열 더치와 쉘 운송은 각각의 개별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60대 40으로 합병함으로써 오늘날의 로열 더치 쉘 그룹이 탄생하게 되었다.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이 회사는 헤이그에 본사를 둔 탐사 및 생산전문의 로열 더치 석유 회사와 런던에 거점을 두고 수송과 저장을 전담한 쉘 석유주식회사였다.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로열 더치는 석유 생산과 정제에서 출발하여 후에 운송과 판매망을 개발한 데 반해, 쉘 운송은 자제 수송수단을 가진 석유상으로 출발했다가 후에 탐사와 정제부문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룹의 탄생과 함께 사업은 급격하게 확장되기 시작한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원유원을 추가하며, 확장되는 정유공장들을 중앙 통제 하에 두어 세계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등의 전략적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졌다. 동인도의 광구를 늘리고 루마니아와 러시아, 이집트, 베네수엘라, 트리니다드에서 조광권을 획득하였다. 쉘 그룹은 이때 미국 내 석유시장에 진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오클라호마에서 지진파 조사를 실시하였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판매회사를 매입하였으며 1912년부터 무역을 시작하였다. 1915년에는 마르티네즈 정유소와 파이프라인의 가동으로 캘리포니아 쉘 회사가 설립됐다.

현재 쉘은 전 세계 석유/가스 산출량의 3%를 채굴하고 있다. 2014년의 매출액은 4500억 달러, 즉 500조원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지만 전 세계에서 5만개 가량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윤활유 브랜드로 미국의 펜조일과 퀘이커 스테이트를 합병했는데, 현대자동차, BMW와 페라리, 마세라티,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쉘의 윤활유를 추천 오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에는 1960년 윤활유 시장에 뛰어들며 자회사인 한국쉘석유를 설립했다. 시장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은데 선박용 윤활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열 더치 쉘 그룹은 1988년 최대 라이벌이었던 엑슨을 누르고 국영 석유공사를 포함한 세계 65대 석유회사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하였지만, 나이지리아 석유 채굴과 관련하여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안게 되었다. 결국 2013년에는 골드만삭스를 넘어서서 세계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김흥길(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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